[ 좌동욱 / 고경봉 기자 ] ▶마켓인사이트 4월16일 오후 2시45분
회사와 소액 주주 간 갈등을 불러일으켰던 팬오션의 무상 감자 비율이 1.25 대 1로 결정될 전망이다. 당초 예상보다 감자 비율이 낮아졌다.
팬오션의 법정관리인(김유식 대표)과 하림은 이런 내용의 법원 중재안을 놓고 협의 중인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당초 하림은 채무자 회생법에 따라 1.5 대 1의 감자가 필요하다고 요청했지만, 채권단과 소액주주들이 반발하자 법원이 중재안을 냈다.
하림도 “팬오션 법정관리를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며 법원 측 중재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감자안이 확정되면 하림 측 지분율은 58%에서 63%로 5%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정관리인은 채권단과 주주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21일 변경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지난 2월 매각 계약까지 체결한 팬오션이 감자를 추진하는 것은 채권자와 주주간 이해관계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매각 측 관계자는 “변경 회생계획안은 관계인 집회에서 채권자의 3분의 2, 주주의 2분의 1 동의를 거쳐야 확정된다”며 “어느 한쪽이 안건을 부결할 경우 팬오션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팬오션 매각대금(1조80억원)에서 내부 유보금 등을 제외하고 회생 채권 변제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은 약 9000억원이다. 팬오션의 회생 채무 1조1500억원(잠정)의 약 80% 수준이다. 10년 분할 상환 예정인 회생 채권을 조기 상환받더라도 채권자 권리가 축소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따라 주주는 채권단보다 더 많은 권리를 감축해야 하며, 과거 전례를 감안할 때 최소 1.5대 1의 감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하림 측 주장이었다.
법원은 하림 측 감자 요청은 받아들이면서 감자 비율은 낮추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소액주주들이 많은 팬오션 상황을 감안했다는 분석이다. 소액주주들은 “팬오션 감자는 하림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치”라며 주식 위임을 통한 변경 회생계획안 부결, 하림 불매 운동 등 집단 행동의 움직임을 보였다. 작년 말 기준 소액 주주 비율은 72.87%에 이른다.
채권단 관계자는 “무상감자 후 8500억원 규모의 하림 측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재무 구조가 견실해지고 기업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며 “조속히 법정관리를 졸업하는 게 장기적으로 주주들에게 이익”이라고 말했다. 팬오션 주가는 감자안이 알려진 지난달 2일 가격제한폭까지 급락한 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좌동욱/고경봉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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