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홍대 등 야외활동 늘자…경찰, 야간순찰 인력 증원
성추행·폭행 빈발
클럽서 日관광객 추행 등 酒暴 피해 신고 잇따라
[ 윤희은/박상용/마지혜 기자 ]
“빨리빨리 움직입시다. 시간이 없어요.”
지난 16일 오후 8시, 서울 이태원동 이태원파출소에서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자율방범대원들이 경찰과 함께 해밀턴호텔 앞 유흥가 순찰에 나섰다. 목요일 저녁이었지만 거리는 제법 북적였고 이미 만취한 이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순찰대는 이슬람사원이 있는 지역까지 이동했다. 비틀거리는 취객을 볼 때마다 방범대원과 경찰관의 얼굴에 긴장감이 흘렀다.
야간순찰이 끝난 뒤에는 실시간 접수되는 112 신고를 기다린다. 밤 11시께 취객이 택시기사와 시비를 벌이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다음날 새벽 4시에는 한 주점의 손님으로부터 “함께 술을 먹던 친구가 사라졌다”는 신고가 접수돼 한참을 수색한 끝에 인근 건물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해 귀가시켰다.
날씨가 따뜻해져 報璲느?늘어나면서 유흥가 치안을 지키는 경찰들이 부쩍 바빠졌다. 이계석 이태원파출소장은 “4월에 접어들면 1분기(1~3월)보다 112 신고 건수가 30~40%가량 증가한다”며 “특히 취객과 관련한 각종 사건·사고 예방을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술을 마시고 폭력을 저지르는 ‘주폭(酒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취객의 폭력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1일 직장인 A씨(32)는 새벽 이태원 클럽에서 춤을 추다 일본인 관광객을 강제로 껴안는 등 성추행했다. 전날 새벽에는 국내 대기업에 다니는 미국인 직원 2명이 술에 취해 승차 거부한 택시에 침을 뱉고 운전기사의 목을 조른 혐의로 검거됐다.
클럽이 밀집해 있는 홍대 앞 거리를 책임지는 서울 홍익지구대도 바빠졌다. 15일 밤 11시께에는 한 술집에서 여성 일행들과 술을 마시던 20대 남성을 입건했다. 자신과 같이 있는 여성을 쳐다본다는 이유로 옆테이블 일행의 멱살을 잡고 소주병을 깨는 등 폭력을 행사한 혐의다.
이태원과 홍대, 강남역, 신천, 건국대 등 서울 시내 주요 유흥가를 순찰하는 지역 파출소 입장에서 4월은 본격적으로 바빠지는 시기다. 신천과 방이동 먹자골목을 관할하는 송파경찰서의 박규석 생활안전과장은 “겨울철에 하루 300건대 후반 정도 접수되는 112 신고 건수가 봄철에 접어들면 최대 500건까지 대폭 늘어난다”고 말했다. 서울시 전체로도 지난해 2분기(4~6월) 112 신고 건수는 1분기에 비해 40만건 증가했다.
일선 경찰서와 지구대, 파출소 등은 4월을 맞아 야간순찰 인력을 증원해 순찰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강남경찰서와 송파경찰서는 竪옘枰慧釉?특별 편성해 야간에만 운영한다. 강남경찰서는 강남역과 청담동 등 유흥가 주변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의 안전한 귀갓길을 위해 해당 지역에서 집중 야간순찰을 전개할 예정이다. 송파경찰서 역시 신천동, 방이동 등 유흥거리를 중심으로 집중 순찰하고 주취자 보호조치와 불법 풍속업소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민간 인력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태원파출소는 방범순찰대원 27명, 자율방범대원 20명 등과 함께 야간 순찰을 돌고 있다. 마포경찰서는 무에타이 도장 운영자가 다른 무에타이 유단자와 함께 자율방범대원에 지원해 꾸린 일명 ‘무에타이 순찰대’를 중심으로 관련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윤희은/박상용/마지혜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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