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출신 디자이너 브랜드…'대기업 마케팅 감각' 품고 패션가 종횡무진

입력 2015-04-18 18:00  

Life & Style


[ 김선주 기자 ]
움베르토 레온과 캐럴 림은 프랑스 브랜드 겐조의 부활을 이끈 일등공신으로 통한다. 2011년 세계 최대 명품 기업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에 겐조 수석디자이너로 영입된 이들은 ‘한물갔다’는 평을 받던 겐조를 젊고 역동적인 브랜드로 바꿨다. 세계적 편집매장인 오프닝세레모니를 설립·운영하면서 익힌 상업적인 감각이 큰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의류·잡화 디자이너들에게는 미학적인 면뿐 아니라 마케팅 전반을 아우르는 비즈니스 감각도 요구된다. 송지영 SK네트웍스 마케팅파트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패션 업계에는 마케팅 감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시되고 있다”며 “대기업 디자인실에서 역량을 쌓은 디자이너들이 잇따라 디자이너 브랜드를 출범시킬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기업 계열 의류업체에서 기성복을 만들던 디자이너들이 잇따라 독립하고 있다. 이광호·정수미·한상혁 씨 등이 대표적인 대기업 출신 디자이너들이다. 이들이 내놓은 아브·수미수미·에이치에스에이치는 지난 3월 ‘2015 가을·겨울(F/W) 서울패션위크’에서 나란히 첫 패션쇼를 열었다. 디자이너 브랜드 특유의 독특한 디자인에 대중성까지 갖춘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았다.

에이치에스에이치는 한상혁 디자이너가 지난해 선보인 의류 브랜드다. 한씨는 미치코런던·쏘베이직·쌈지 디자인실을 거쳐 우성아이앤씨의 본, 제일모직의 엠비오 등 대표적인 토종 남성복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를 지냈다. 본은 2004년 출범했고, 우성아이앤씨는 2012년 패션그룹형지에 인수됐다. 엠비오는 한씨가 디자인을 총괄했던 2008~2013년 20·30대 남성들을 상대로 한 중저가 남성복 브랜드로 안착했다.

수미수미는 정수미 디자이너가 2012년 내놓은 니트 전문 여성복 브랜드다. 정씨는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한섬의 여성복 브랜드인 타임·마인·시스템 니트 제품 디자인을 총괄했다.

수미수미는 최근 파리 베를린 뉴욕 등에서 열린 세계적인 의류 박람회에서 바이어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본점에도 입점했다. 이 중 신세계백화점 본점에는 편집매장인 신세계앤코에 입점하는 형태로 들어갔다.

아브는 이광호 디자이너가 2013년 선보인 남성복 브랜드다. 이씨는 스톰·톰보이·닉스 등을 거쳐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시리즈 디자인실장, 우성아이앤씨의 본지플로어와 한섬의 타임옴므 수석 디자이너를 지냈다.

이씨는 현재 크레송의 남성복 브랜드 워모 수석 디자이너도 겸하고 있다. 이외에 2009년 론칭한 여성복 브랜드 로우클래식의 이명신 디자이너도 SK네트웍스의 여성복 브랜드 오브제·오즈세컨 디자인실 출신이다.

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의류업체 디자인실에 대한 경영진의 간섭이 심했다”며 “최근 디자인실 고유의 영역을 보장해 주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소속 디자이너들의 창조적인 능력도 향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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