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안나 사진작가,“로맨틱 뒤에 가려진 전쟁의 허망함이여…”

입력 2015-04-20 10:03  

천안함 폭침 이후 2011년부터
‘로맨틱 솔져’ 시리즈 선보여
“반전(反戰) 포스터는 아니다”



사진작가 임안나(45) 씨가 한 공간에 하나의 사진작품 걸기 캠페인인 ‘원룸원포토(one room one photo)’ 활동에 참여를 결정했다.

유명 사진작가의 오리지널 작품을 저렴한 가격에 소유하거나 선물할 수 있도록 기획된 원룸원포토는 작품 당 100~300개의 에디션을 선보이고 있다. 작품크기는 4가지 타입에 20×25cm에서 67×67cm까지 다양하다. 사무실 교실 회의장소 가정 식당 복도 등에 걸어두고 보기에 적당한 크기다. 가격은 7만~45만 원 선이다.

임안나 씨는 당초 원룸원포토 참여에 주저했다고 한다. 가격이 너무 싸게 매겨져 작품이 저평가된다는 느낌이 우선 든 게 선뜻 내키지 않은 배경이었다. 사진작품의 대중화 및 저변확대를 끈덕지게 주장하는 이순심 갤러리나우(원룸원포토의 산실이자 전시공간임) 관장의 호소에 임안나 씨도 마음을 바꿨다.

참여결정의 반전(反轉)이 이뤄진 것인데 임안나 씨 작품의 느낌과 닮아있는 듯하다. 그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허망함의 반전을 떠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첫인상은 달콤하고 로맨틱한 분위기인데 자꾸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름 없는 병사(兵士)들이 한없이 작아 보여 씁쓸하고 허망해진다. 그의 연작(連作)인 로맨틱 솔져(Romantic Soldier) 시리즈 앞에 서면 가슴이 먹먹해질 수도 있다.

-사진작업을 하신지 올해로 20여년째 인 걸로 알고 있는데 처음부터 군인들을 피사체로 삼았나.
“그렇지 않다. 처음에는 실험적인 작업을 주로 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상상력을 시각화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특별히 주제를 정해둔 게 아니라 일상 중에 스치는 생각이 떠오르며 작업에 나섰던 것 같다. 망상(妄想)이었을 수도 있겠다. 그러다보면 막상 작업을 해놓고 보면 내가 의도한바와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기도 했다”

-로맨틱 솔져 시리즈에는 장남감 병정들이 등장하는 공통점이 있다. 작품화 계기는.
“2010년에 우리나라에 큰 일이들이 터졌다. 그해 3월 백령도에서 천안함이 훈련도중 폭침됐다. 46명의 병사들이 숨졌다. 11월에는 대연평도에 북한이 쏜 포탄이 날아와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혼란스런 한 해를 보내면서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강함의 상징인 군대와 꽃잎처럼 스러져 간 이름 없는 병사들…. 묘한 아이러니로 여겨졌다.

2011년부터 솔져(soldier,병사,兵士)를 주제로 작업에 나섰다. 전투기 무기(武器) 등의 실물 사진부터 찍기 시작했다. 수원 근처 비행장도 찾아 가서 전투기를 피사체로 담았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관심을 갖다보니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무기와 관련된 조형물이 설치돼 있는 것을 보고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제목대로 로맨틱 솔져의 첫 느╂?따뜻하고 달달해 보인다.
“난 꼼지락거려서 만든 조형물을 사진으로 찍어 기록하는 것을 좋아한다. 조형물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주워오거나 빌려오기도 하고 구입해서 내가 원하는 형상으로 재조립한다. 로맨틱 솔져의 병사들은 장난감 병정을 사와서 주제에 맞게 고치고 꾸며 놓은 것이다. 어른 동화 같은 분위기로 만들고 셔터를 누른다.

전쟁과 관련된 사진작업을 하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전쟁의 무모함을 새삼 느낀다. 제 작품의 오브제로 등장하는 병사들은 모두 이름이 없다. 전쟁의 허망함이다. 그렇다고 반전(反戰)주의를 강조하는 포스터 같은 작품을 하는 것도 아니다.

로맨틱 솔져의 오브제는 하나같이 예쁘고 귀여운 분위기로 꾸민다. 마치 만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분위기를 낸다. 그런데 작품을 오래 보고 있노라면…. 떠올리는 감정은 관객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미지에 대한 교감(交感)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임안나 작가는 최근 작업실을 서울 강남 압구정역 근처로 옮겼다. 동료 작가들과의 교류 폭을 넓히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한다. 새 작업실에서 전시 준비에도 나선다. 오는 6월18일부터 한 달 간 서울 통의동 진화랑에서 열리는 초대전 준비다. 진화랑에서 2011년부터 격년마다 초대하는 전시회다. 그는 “여전히 떠오르는 생각들을 시각화하는 작업들을 하다보면 전시회에 임박해서 마무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원룸원포토 홈페이지(www.oneroomonephoto.com)를 방문하면 107점의 작품을 직접 보고 고를 수 있다.

김호영 한경닷컴 기자 en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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