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출판사 대표 모임 '책을 만드는 사람들'
22년째 매달 첫째 수요일 만나
가장·부모의 고충도 솔직 토크
만나면 편하고 공부하는 모임
[ 박상익 기자 ]
지난 8일 오후 5시 서울 서교동 한국출판인회의 지하 강당에 국내 출판사 대표 30여명이 모였다. 단행본 출판사 대표들의 모임인 ‘책을 만드는 사람들(책만사)’의 정기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모임이 시작되자 정보기술(IT), 어학, 실용서 등을 내는 길벗출판사의 이종원 대표와 이광희 과장이 전자책 시장을 주제로 사례를 발표했다. 2010년부터 전자책 시장에 뛰어든 길벗은 전자책에 음성·동영상 기능을 갖춰 이 분야에서만 수억원의 연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전자책을 제대로 제작하려면 담당 팀을 만들고 체계를 정립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전자책을 공부해야 해요. 외주를 맡긴다 하더라도 잘 만들어졌는지 보는 눈을 갖춰야 하니까요. 출간된 지 오래된 책은 전자책을 내도 독자들이 외면합니다. 신간 위주로 전자책을 출시하는 게 좋고 구간 중에서도 베스트·스테디셀러를 골라 내놓아야 독자들이 찾습니다.”(이광희 과장)
경쟁자이기도 한 동종업계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전략을 선뜻 공개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 대표는 다른 출판사 대표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솔직하게 설명했다. 그는 “전자책 시장은 아직 성숙해 가는 단계”라며 “길벗의 사례는 말 그대로 사례일 뿐 시장에 참여하는 방식은 출판사마다 창의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시간30분가량 강연을 마치고 모임은 자연스레 뒤풀이로 이어졌다. 출판인들은 개정된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어떤 식으로 경영하고 출판문화를 발전시킬지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젊은 출판인 모임으로 시작해 이제는 가장이자 부모로서 겪는 고충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책만사 회원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출판시장에서 서로 의지하며 길을 찾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책만사는 1993년 인문·사회과학 출판사 대표 20여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단체다. 정기 모임은 매달 첫 번째 수요일에 열린다. 대표 간사를 맡고 있는 이호균 길벗어린이 대표는 “창립 당시엔 대학 교재가 출판의 주류였다”며 “인문·사회과학과 교양의 확대를 위해선 출판인들이 더 많이 알고 배워야 한다는 데 공감해 모임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출판사 대표라고 누구나 책만사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회원 두 명이 신규 회원을 추천하면 간사단 결정을 거쳐 회원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재 49개 출판사 대표가 참여하고 있으며 회원사의 주력 분야도 문학, 경제·경영, 아동 등 다양하다.
책만사의 장점은 출판계 이슈와 회원 간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 강연도 구색 맞추기 식이 아니라 인기 작가, 각계 전문가를 초청해 출판 트렌드와 발전 방향에 대해 듣고 토론한다. 회원사에서 사례 발표를 하거나 출판계 원로를 초청해 조언을 듣기도 한다.
2003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출판사 대표들이 모여 경영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격려하는 모임이기 때문에 만나면 편하고 반갑다”고 말했다. 한국출판인회 회장인 윤철호 사회평론 대표도 “출판사끼리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도 조화와 협동이라는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있다”며 “출판사 사정이 어려울 때 마음이 움츠러들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모임에 열심히 나가 공부하고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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