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가 21일 국무회의 대신 주재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휘말린 이완구 국무총리가 20일 중남미 순방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박 대통령은 오는 27일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에 이 총리의 사의를 수용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국무총리실은 21일 오전 0시52분 출입 기자들에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이 총리는 4월20일자로 박 대통령께 국무총리직 사임의 뜻을 전달했다. 사표 수리 여부는 대통령께서 귀국해서 결정하실 예정" 이라며 "21일 국무회의는 경제부총리께서 주재하실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맞다" 며 "박 대통령은 귀국 이후 사의를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당초 박 대통령이 귀국할 때까지 총리직을 수행한다는 의지가 강했지만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사그라지지 않는데다 야당이 해임건의안 제출 방침을 공식화하고 여당마저 자진사퇴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조기 사퇴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 총리의 사의에 대한 수용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박 대통령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차원에서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27일 귀국한 이후 이 총리에 대한 사의 수용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의 사의표명에 따라 21일 이 총리 주재로 열릴 예정이던 국무회의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 등을 위한 미국 출장 일정을 마치고 20일 오후 귀국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게 된다.
총리실은 또 이 총리가 정부 대표 자격으로 참석할 예정이었던 이번주 일정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귀국 직후 이 총리의 사의를 받아들이고 후임 총리 인선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성완종 파문'에 연루돼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 사퇴 압력을 받아온 이 총리는 지난 2월17일 공식 취임한 지 두달여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돼 사실상 역대 최단명 총리의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 총리는 사의를 표명한 20일까지 64일을 재임한 것으로 기록됐다. 현재까지 재임 기간이 가장 짧았던 총리(총리 서리 제외)였던 허정 전 총리(1960년 6월15일∼8월18일)보다 하루가 짧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 총리의 사의 표명 배경에 대해 "이 총리가 사퇴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당의 입장이 정리돼서 청와대에 전달된 것으로 안다" 며 "결국 이런 기류를 파악하고 이 총리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여권은 이 총리의 거취 문제와 관련, 박 대통령의 순방 귀국 전에 자진사퇴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여러 경로를 통해 이 총리에게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는 최근 원내대표 시절 같이 호흡을 맞췄던 새누리당 의원들에게도 전화를 걸어 자신의 거취 문제를 상의했다는 후문이다.
이 총리의 사의 표명 사실이 알려지자 새누리당와 새정치민주연합은 모두 더 이상의 국정혼란을 피하게 돼 다행이라면서도 온도차를 드러냈다.
새 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총리의 어려운 결단인 만큼 정치권은 정쟁에서 벗어나 산적해 있는 개혁과 민생경제 입법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며 "사법당국은 성완종 파문 사태에 대해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로 국민들의 남아있는 의혹도 씻어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이제라도 사의를 표명한 것은 더이상의 국정혼란을 막게 됐다는 측면에서 다행이고, 당내 논의를 거쳐야겠지만 해임건의안을 낼 필요는 없어진 것 같다"면서도 "이 총리는 증거인멸 시도 같은 의심받을 행동을 자제하고 당당하게 검찰수사에 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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