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트렌드] '앙숙 전쟁' 끝내고 공생 선택한 스마트폰 양대 제국

입력 2015-04-21 07:00  

김민성의 IT's U

'라이프 오브 파이'…삼성과 애플의 생존기

아이폰6, 잡스철학 버리고 대화면 채택
갤럭시S6, 일체형 배터리로 디자인 혁신
차세대 아이폰 메인칩 A9 생산…애플, 삼성전자에 다시 맡겨



[ 김민성 기자 ]
리안 감독의 2012년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는 아름다고도 처절한 생존기다. 침몰하는 화물선을 탈출해 좁은 구명보트에서 살아남은 생명체는 소년 ‘파이’와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 둘뿐이다.

굶주린 맹수와의 비참한 표류. 파이가 그 혹독함을 버틴 힘은 긴장감이었다. 배고픔과 맹수의 위협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망만 다니던 파이는 생각을 고쳐먹는다. 피하고 공격하는 대신 공생을 선택한다. 굶주린 맹수에게 생선을 낚아 먹인다. 때론 싸우고, 때론 의지하며 기적처럼 육지에 닿는다.

세월이 흘러 중년이 된 파이는 리처드 파커에게 뒤늦은 작별인사를 건넨다. “구해줘서 고마워. 널 영원히 잊지 않을 거야.”

라이프 오브 ‘삼성&애플’

‘라이프 오브 파이’를 통해 삼성전자와 애플을 연상한다?지나친 비약일까. 이들은 자사를 대표하는 6세대 스마프폰 갤럭시S6와 아이폰6까지 치열한 라이벌전을 펼치고 있다. 세계 모바일산업을 이야기할 때 이 두 기업을 빼놓고 할 만한 이야기도 마땅히 없다. ‘영원한 맞수’라는 수식어도 식상하다.

각각 안드로이드와 iOS라는 양대 운영체제와 서비스 플랫폼 터전에 제국을 건설하고, 갤럭시와 아이(i) 시리즈 신무기로 서로를 공격하고, 방어하는 앙숙처럼도 보인다. 탄생한 국가도, 조직 문화도, 제품을 제조하는 방식도, 이윤을 창출하는 방식도 판이하게 달랐다. 이기기 위해서는 철처히 달라야 했고, 또 공격해야 했다. 2008년 이후 전자산업 역사 그 어디에도 비할 바 없는 모바일 광풍이 21세기를 강타하면서 이들의 싸움은 더 격화했다. 누구나 좋아할 제품을 만들고 많이 팔아 시장 절대 강자로 군림하는 게 지상 과제였고, 유일한 생존 방식이었다.

한정된 시장을 두고 무한 투쟁하던 두 제국은 결국 세기의 소송전이라고 불린 특허전까지 벌인다. 애플이 먼저 안드로이드 핵전쟁을 선언했다. 안드로이드를 창조한 구글과 대표적 제조사인 삼성전자를 동시에 겨냥했다. 구글이 자사 운영체제인 iOS와 아이폰 기술력을 무수히 훔쳐 안드로이드를 ‘출산’했다며 이를 갈았다.

마침 스마트폰 매출 점유율 1위였던 애플은 삼성전자에 왕좌를 빼앗겼다. 2011년 이후 폭발적인 안드로이드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애플을 무너뜨리고 갤럭시 시대를 열었다. 이에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가진 은행 잔액 4000억달러의 마지막 1페니까지 털어서 핵전쟁에서 이기겠다”고 선언했다. 천문학적 배상금을 걸고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에 돌입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를 ‘카피캣(표절 기업)’으로 낙인찍으려했다. 삼성은 자사 무선통신 기술을 애플이 무단 도용했다며 맞대응했다. 돈 문제가 아니었다. 자존심 문제였다. 적을 베야 내가 사는 생존 싸움이기도 했다.

닮아가는 애플과 삼성전자

이제 삼성전자와 애플은 닮아가고 있다. 특허전 종료 뒤 나온 아이폰6와 갤럭시S6가 그 시작점이다. 그래서 더 인기일까. 애플은 안드로이드의 대명사 ‘대화면’을 채용한 아이폰6로 사상 최대 판매 실적(7500만대)을 올렸다.

숙적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 시리즈로 일군 새로운 대화면 전략이었다. 화면이 3인치대로 작아야 한손에 쥔 채 엄지로 터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잡스의 철학은 6년 만에 폐기됐다. 분기 최대 매출(746억달러), 분기 최대 순이익(180억달러)으로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잡스 사후 ‘애플 전성기도 끝났다’던 삿대질도 쑥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6에 디자인 승부를 던졌다. 고수해온 배터리 착탈 방식을 포기하고 일체형 금속 테두리와 일체형 배터리를 처음 적용했다. 이는 아이폰 전매 특허였다. 갤럭시S6부터 외부 SD카드를 지원하지 않는 것도 그렇다. 고용량 내장형 메모리 옵션을 둬 이윤을 더 내는 구조를 만드는 전략이다.

이제 두 회사는 공생하고 있다. 애플은 차세대 아이폰에 내장할 핵심 부품인 메인칩 A9 생산을 삼성전자에 다시 맡겼다. 특허전 이후 대만 TSMC에 빼앗겼던 계약이었다.

삼성전자에 갤럭시S6는 그래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출시 전부터 인기를 끌더니 지금은 사상 최대 판매 실적?넘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부정적 실적 전망으로 몸살을 앓은 삼성의 모바일 사업을 구원할 ‘메시아’로 부상했다. “애플의 맞수는 역시 삼성뿐”이라는 평가도 이끌어냈다.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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