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비용·인력 빼가기 논란 등 위험요소 많아 신중론도
[ 양병훈 기자 ]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해까지 중국 베이징·상하이 두 곳에만 있었던 해외 지역사무소를 올해 안에 모두 여섯 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대상 지역에는 홍콩, 베트남 하노이·호찌민 등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중동의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도 포함됐다.
율촌은 지난달 러시아 모스크바 지사를 열고 추가 진출 지역으로 두바이를 검토하고 있다. 율촌은 지난해까지 해외 지사가 네 곳이 있었지만 모두 동남아였고 그 외의 지역으로 진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소속 변호사를 중동에 파견한 지평은 지난달에도 모스크바에 지사를 낸 데 이어 유럽 진출 방안도 모색 중이다. 양영태 지평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24기)는 “한국 기업이 해외로 나가면서 이들에게서 일감을 받는 국내 로펌도 함께 나가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로펌 해외진출 ‘제2의 전성기’
국내 대형 로펌의 해외진출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국내 로펌 해외사무소는 2000년대 중·후반 동남아를 중심으로 속속 들어섰으나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실패 사례가 잇따르자 신중 분위기로 돌아섰다. A로펌은 2000년대 중반께 미국 뉴욕지사, 오스트리아 빈지사 등 5개가 넘는 해외지사를 냈다가 3년 뒤 대부분 철수했다. B로펌은 2011년에 독일 뮌헨에 개소했던 유럽사무소를 2년 뒤 접었다.
그러나 올 들어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로펌들이 해외지사를 다시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보인다. 양적으로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동남아 외 지역으로 진출하는 등 질적으로도 달라졌다. 지난해 국내 로펌의 해외지사 가운데 동남아가 아닌 곳은 화우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가 유일했으나 최근에는 중동 러시아 등으로도 나가고 있다. 지평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한국계 독일 변호사와 접촉하며 국내 로펌이 ‘언감생심’처럼 여겼던 유럽 진출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
지사 설립까지는 아니어도 현지 로펌과 업무협력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외 업무 비중을 키우는 로펌도 있다. 세종은 지난해 이태림 러시아 변호사를 영입했고 올해 안에 러시아팀 자문 인력을 추가로 뽑을 계획이다. 원은 지식재산권 전문인 손동욱 독일 변호사를 지난 2월 고문으로 영입했다. C로펌은 다음달 대표변호사가 중국으로 출장을 가 현지 대형 로펌과 업무제휴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주재원 ‘이직 리스크’는 부담
로펌의 해외진출 행보는 국내 기업의 해외 사업이 가속화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김성진 태평양 대표변호사는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이 중동에서 민간발전소 등 者寬“∞?건설 물량을 수주하는 일이 최근 크게 늘어났다”며 “과거에는 국내 로펌의 해외 사업 역량이 외국 로펌보다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자문 수요를 잡는 게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해외지사는 설립한 뒤 2~3년은 지나야 수익이 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당장 이익보다는 중장기적 전망을 갖고 진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진출은 비용이 많이 드는 투자인 만큼 리스크도 작지 않다. 외국 변호사들은 이직이 비교적 잦은 편이어서 수년간 투자하며 키운 해외 주재원이 다른 로펌으로 옮기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D로펌은 동남아 특정 국가 전문인력 3명이 지난해부터 올해 초 사이에 모두 다른 로펌으로 이직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5년 전 다른 대형 로펌에서 D로펌으로 옮겨왔으며 지난해 다시 다른 로펌으로 이직했다. 이 과정에서 인력 빼가기 논란이 일어 로펌끼리 소송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다른 로펌에서 인력을 데려오려면 웃돈을 얹어줘야 하는데 기대만큼 수익이 안 나거나 수익이 나기 전에 이직하면 로펌 내부에서 책임론이 부상한다”며 “결국 돈 잃고 이미지만 나빠진 뒤 철수할 수 있어 해외진출 신중론을 펴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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