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特需·이란核협상 타결로 대규모 프로젝트 발주 봇물
현대건설, 대형공사 수주 노려…제철, 철강재 수출 확대 기대
[ 강현우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자동차와 건설, 철강 등 ‘삼각편대’를 앞세워 중동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란 핵협상 타결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등으로 늘어나는 인프라 투자 수요를 선점해야 한다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협력회의(GCC)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면 자동차 수출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현대차그룹은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 “한·중동 FTA 타결 기대”
현대자동차는 2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4일 일정으로 ‘2015 전 세계 대리점 대회’를 열었다. 현대차와 기아자동차는 2년에 한 번씩 번갈아가며 전 세계 딜러들을 초청해 회사의 비전과 전략을 공유하는 대리점 대회를 Т? 2013년에는 현대차가 프랑스 코트다쥐르에서, 작년에는 기아차가 서울에서 개최했다.
현대차그룹이 중동에서 대리점 대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본사가 있는 한국이나 해외 유명 관광지에서 대리점 대회를 열어왔다”며 “하지만 중동이 그룹에 중요한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이번에 중동에서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현대차 대리점 대회에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해외영업본부·해외법인 임직원, 전 세계 대리점 사장단 등 총 120개국 300여명이 참석했다.
정 부회장은 “유럽 경기 침체 등 어려운 시장 환경에도 판매 일선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대리점에 감사하다”며 “올해 목표 달성과 중장기 판매 전략 시행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해외 시장에서 총 436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중동 12개국에서 현대차 32만7951대, 기아차 19만4529대 등 합계 52만2480대로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시장 점유율 23.3%로 도요타(34%)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는 이스라엘 요르단 시리아에서, 기아차는 이라크에서 각각 1위다.
현대·기아차는 이란 핵협상이 완전 타결되고 각종 경제 제재가 해소되면 중동 지역 판매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 제재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10년 현대·기아차는 이란에 2만2734대를 수출했다. 또 한국-GCC 간 FTA가 타결되면 60%에 달하는 수입차에 대한 관세가 줄어들게 돼 일본 독일의 경쟁사들에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설·제철 “중동 신화 다시 쓴다”
1970년대 중동 신화를 쓴 건설부문도 중동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사우디, UAE, 카타르, 쿠웨이트, 이라크, 오만 등 중동 6개국에서 원자력발전소, 신항만, 고속도로 등 총 200억달러 규모의 30여개 건설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2년 월드컵 개최지인 카타르는 경기장과 도로, 지하철, 공항 등 기반시설 공사와 함께 천연가스·원유·전력·담수 등 대규모 플랜트 프로젝트를 발주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기반시설 650억달러, 공공부문 953억달러 등 총 2000억달러 이상 대규모 발주가 예정돼 있다.
이란도 경제 제재가 풀리면 석유·가스 플랜트와 도로 등 기반시설에 대규모 발주를 계획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1970년대부터 중동 지역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여왔기 때문에 대규모 추가 수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건설 사업에 따라 현대제철의 철강재 수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중동 지역에 매년 30만~40만t의 건설 자재용 H형강을 수출하고 있다. 2011년에는 UAE 원자력발전소에 원전용 고부가가치 철강재 29만t을 수주해 공급 중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제 유가 하락 등으로 중동시장 공략이 쉽지 않겠지만 3대 주력 사업에서 경쟁력을 높여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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