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지수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7년3개월 만에 700선 고지를 점령하며 급등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15년 전인 2000년 닷컴 버블(거품)과의 비교 분석이 잇따르는 등 버블 우려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코스닥뿐만 아니라 중국 정보기술(IT) 거품 논란과 미국 나스닥시장의 '버블 트라우마'까지 회자되고 있는 탓이다. [한경닷컴 기획팀]은 닷컴버블과 금융위기 직전에 이어 역대 3번째 수준까지 뛰어오른 코스닥시장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분석, 현재 투자자들이 불안한 '주가 싱크홀' 위를 걷고 있는 것은 아닌지 3회에 걸쳐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 주가상승률 상위 50곳 중 '3분의 1'이 적자기업
올 연초부터 이어진 코스닥 '상승 랠리' 속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상위 50곳을 조사해 본 결과 적자기업이 3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투자경고종목, 불성실공시법인, 관리종목 기업들도 다수 포함돼 최근 코스닥 시장 급등 분위기 속에서 내실을 염려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년 말 대비 최근(지난 17일 종가기준)까지 코스닥 시장 내에서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기업 50개사를 살펴본 결과 이중 15곳이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30% 이상의 기업이 본 사업으로 돈을 벌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레이저 응용기기 전문기업 엘티에스는 지난해 영업적자 150억원을 기록해 상위 50곳 중 가장 큰 손실을 냈다. 이 회사는 하지만 서울에서 건강식품 사후 면세점을 운영하는 등 면세점 사업 기대감에 이 기간 주가 상승률만 216%에 달했다. 면세점 사업이 앞으로 '중국인 방한객(요우커)'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동부로봇 또한 지난해 영업손실 74억원 가량을 냈지만 이 기간 주가는 148%나 뛰었다. 동부로봇은 지난 2월 최대주주가 중국계 기업인 리드드래곤 컨소시엄으로 변경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가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소위 '중국 기대감'에 큰 폭의 영업손실을 내고도 주가가 날아오른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 기간 주가 상승률 1위(676%)를 기록한 룽투코리아(前 아이넷스쿨)는 최대주주가 중국 게임사로 변경되면서 중국 모멘텀(상승 동력)을 제대로 받았다.
룽투코리아를 인수한 중국 룽투게임즈는 중국 최고 인기 게임 중 하나인 '도탑전기'를 개발한 게임사로 중국 텐센트가 이 회사의 2대주주다. 앞으로 이 회사의 콘텐츠가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활로를 개척하면서 이익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OEM) 사업을 하는 코리아나 역시 중국 회사들의 인수 대상 기업으로 거론되면서 주가가 이 기간 185% 폭등했다. 코리아나는 2013년 10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데 이어 지난해에도 5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밖에 주가 상승률 상위 50곳 중 네이처셀, 케이엘티, 보타바이오, 위노바, C&S자산관리, 뉴보텍, 씨그널정보통신, 피에스엠씨, 리젠, 에프티이앤이, 지어소프트 등도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 영업익 감소 기업은 '절반' 달해…투자경고·불성실공시·관리종목도 보여
영업이익이 감소추세에 있는 기업도 50곳 중 절반에 가까운 24곳이나 됐다. 이큐스앤자루는 지난해 3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내는데 그쳐 전년 대비 무려 84%나 감소한 성적표를 냈다. 양지사(-55%), 원풍물산(-40%), 바이오스마트(-38%), 케이피티(-35%) 등도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추세였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 밸류에이션 수준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왔지만 이익에 비해 주가가 급하게 올랐다"며 "실적 등을 꼼꼼히 살펴 대응하는 것이 필요할 때"라고 진단했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곳도 있다. 최근 대표적인 '품절주'로 이 기간 주가가 434% 폭등한 신라섬유는 주식분산기준 미달을 사유로 지난 16일 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품절주란 주식 유통물량에 비해 수요가 많은 주식을 말한다. 보통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보유율이 높아 일반투자자들이 거래할 수 있는 주식수가 적은 종목을 일컫는다. 신라섬유는 최대주주인 박재흥 대표이사 지분이 90%를 넘는다.
산성앨엔에스는 지난 1월 소송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아 최근 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지난 1월은 산성앨엔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 탄력을 받기 시작한 때다.
소수계좌 매수 집중 등의 사유로 한국거래소로부터 투자주의와 투자경고 종목 지정을 받은 곳도 이중 16곳이나 됐다. 한국거래소는 주가가 일정 기간 급등한 상장사에 대해 투자주의 -> 투자경고 -> 투자위험 등의 단계로 시장 경보 조치를 내린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주가가 단기 급등한 경우 투자 과열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본래 사업에서 실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지 등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 7년여 만에 점령한 코스닥 700 고지…거품 논란은 '현재진행형'
"코스닥 주가순자산(PBR) 2.2배를 뛰어넘었고 자기주식 처분 건수도 전년에 비해 18% 가까이 급증했다. 이미 과열이다" vs "아니다. 2000년대 닷컴버블 때와 기업들의 체질부터 다르다"
역대급 주가 수준과 증시 개장 이후 최상위 거래대금(개인 거래대금 역대 6번째, 4월 중순 기준) 수준에 대한 증시전문가들의 불안한 시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분명히 '유동성 장세' 덕분에 수급은 매우 긍정적인 상황이라는데 반론은 없다. 역시 기업이익 수준과 국내 경제 상황이 '버블 논란'의 근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SCI Korea 기준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고점 대비 20% 정도 낮아져 있다. 따라서 밸류에이션(PER, 주가수익비율)은 MSCI Korea 기준 10배를 훌쩍 웃돌고 있다는 것. 2011년 최고점 당시 향후 12개월 PER가 10.6배였다. 이러한 상황만 놓고 보면 국내 증시가 추가 상승보다 주가 상단에 도달한 듯한 인상을 충분히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서 주가가 급상승한 코스닥 상장기업들의 실적부터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민수 · 노정동 ·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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