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별 승인에서 포괄 동의로
[ 심성미 기자 ]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으로 국제무대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한국형 원자력발전 기술의 수출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 협정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한국의 원전 수출에 대한 미국의 ‘포괄적 장기 동의’ 조항 때문이다.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문 제7조(핵물질, 감속재 물질, 장비 및 구성품의 이전)에는 ‘핵물질, 원자력 장비 및 부품의 제3국 재이전 장기동의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미국산 원전 부품이나 핵물질을 다른 나라로 수출할 때 건별로 일일이 미국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채규남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수출진흥과장은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제부터 6개월~1년에 한 번씩 수출된 부품과 핵연료 목록을 미국 정부에 보내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한국 원자력 수출업계가 미국산 부품이나 핵연료가 담긴 원전을 수출할 땐 부품, 장비, 연료의 건수별로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할 때도 밸브, 펌프, 케이블, 제어카드 등 미국산 부품 수백 퓻?대한 승인 절차를 일일이 받아야 해 절차상 번거로웠다.
부품뿐 아니라 핵연료 수출에도 제약이 많았다. 미국에서 만든 핵연료뿐 아니라 미국에서 농축 작업한 우라늄을 사용해 한국에서 만든 핵연료를 수출할 때도 미국의 동의가 필요했다. 또 미국에서 농축을 하지 않았더라도, 원자로 등 미국산 주요 원전 장비를 사용해 발생한 사용후핵연료 역시 미국산으로 간주해왔다.
한국은 2009년 12월 요르단에서 1400㎿ 규모 연구용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하면서 원전 수출의 첫발을 디뎠다. 이어 같은 달 UAE로부터 총 400억달러(약 47조원) 규모의 원전(APR1400) 4기 건설공사를 수주하면서 본격적인 상업용 원전 수출시대를 열었다. 이후 태국 말레이시아에서도 연구용 원자로 구축 사업을 수주하고 터키 아르헨티나 베트남 등과도 원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세종=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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