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감면특례 거의 사라져
세무인력 부족한 중기 혼란
[ 안재광 기자 ] 경기 평택에 있는 연매출 400억원대의 A사 재무당당 임원은 이번달 지방소득세를 납부하면서 깜짝 놀랐다. 작년 기준으로 산정한 것보다 1억원 가까이 더 나와서다. 기존에는 없었던 신고서까지 제출하라고 해 서류작업도 다시 했다. 이 임원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는데 세금은 오히려 더 늘어났다”고 말했다.
A사가 1억원의 ‘추가 세금 폭탄’을 맞게 된 것은 지방소득세 계산 방식이 올해부터 바뀌었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는 법인세를 먼저 산정한 뒤 여기에 10%를 지방소득세로 냈다. 예컨대 법인세가 10억원인 기업은 지방소득세로 1억원만 내면 됐다.
올해부터는 법인세에 상관없이 세전이익의 1~2.2%를 지방소득세로 내야 한다. 이렇게 바뀌면 세율은 기존과 같지만 세금을 깎아주는 각종 특례 항목들이 사라진다. 연구개발(R&D) 비용, 에너지 절감 시설 투자 비용 등 기존에 공제 및 감면됐던 게 적용되지 않아서다. 2013년 기준 기업들이 지방소득세에서 공제 및 감면받은 금액은 약 9500억원에 이른다.
세금만 많아진 것이 아니다. 기업에 가장 민감한 세금 관련 서류를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에 각각 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작년까지는 지방소득세를 납부만 해도 신고한 것으로 간주됐다. 올해는 납부한 뒤 별도 신고서를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신고할 때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 및 세액신고서, 재무제표 등도 함께 내야 한다. 만약 신고를 안 하면 불성실 가산세 20%를 추가로 물게 된다. 신고 기간은 이달 말까지다.
수도권에 공장을 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국세청뿐 아니라 지자체 세무조사까지 신경써야 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계산도 새로 해야 하는데 서류작업까지 더 생겨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특히 그렇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지방소득세 신고에 대한 문의가 요즘 부쩍 많다”고 말했다.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진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방법을 잘 몰라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기업들이 부과받은 세금에 대해 조정 신청을 할 때는 일이 복잡해진다. 과거에는 법인세만 갖고 따지면 됐지만 앞으로는 지방소득세까지 일일이 챙겨야 해서다. 불복 대상도 지방 세무서장과 지자체장 두 곳이 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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