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겔 앙헬 캄포도니코 지음 / 송병선·김용호 옮김 / 21세기북스 / 400쪽 / 1만6000원
[ 고재연 기자 ] 한국 사회의 정치적 불신이 깊어진 상황에서 좋은 지도자의 교본을 만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는 지지율 65%로 임기를 마친 호세 알베르토 무히카 코르다노 전 우루과이 대통령의 삶을 소개하는 평전이다. 작가 미겔 앙헬 캄포도니코는 ‘체 게바라 이후 가장 위대한 남미 지도자’로 불리게 된 무히카 전 대통령이 우루과이 국민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찾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무히카의 재산은 1987년식 낡은 자동차 한 대와 1985년 구입한 텃밭 딸린 작은 집 한 채가 전부다. 그럼에도 그는 “나는 가난하지 않다. 단순하게 살 뿐이다”라고 말한다. 대통령 임기 동안에는 월급의 90%를 기부하고, 노숙자에게 대통령궁을 내주고 자신은 농가에서 출퇴근하는 등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는 거리가 없어야 한다”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가 청렴하고 국민에게 친근한 대통령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혁명가의 삶을 살았던 榴?신분 계층 갈등이나 부의 유무에 따른 차별이 없는 ‘더불어 잘사는 세상’을 꿈꿨다. 우루과이를 남미에서 가장 부패지수가 낮은 나라로 만들었다. 가톨릭 국가인 우루과이에서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법안을 관철시키기도 하고, 여성의 권익을 위해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법안을 공론화해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를 ‘현자’라고 칭송했다. 국민에게 친근한 지도자이면서도 옳은 일이라면 ‘인기 없는 결정’도 내리는 소신에서 지도자에게 필요한 자질을 엿볼 수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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