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에 하전아(何田兒)라는 남성이 있었다. 몸이 몹시 약해 58세가 되도록 장가도 못 갔다. 어느날 우연히 야교등이라는 덩굴풀의 뿌리를 캐어 먹었더니 오래된 병들이 다 나았고 하얗던 머리는 다시 검어졌다. 덕분에 건강을 되찾고 결혼해 아이까지 낳은 그는 130살까지 살았다고 전해진다. 하(何)전아의 머리(머리 수·首)를 까마귀처럼 검게(까마귀 오·烏) 만들었다 하여 이 풀은 이후 하수오(何首烏)라 불리게 됐다. 동의보감이 전하는 내용이다.
하수오는 자양 강장 보혈 기능이 있어 허약체질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특히 면역강화 항산화 기능도 있어 갱년기 여성에 좋다고 한다. 인삼, 구기자와 더불어 중국 3대 명약으로 꼽힐 정도다. 그런데 동의보감 편찬 당시 국내에 하수오는 자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생김새, 약효가 비슷한 여러해살이 풀 은조롱의 뿌리 백수오를 조선시대부터 대체 약재로 쓰기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백수오와 구분하기 위해 하수오는 적하수오, 백수오는 백하수오라고 부른다.
비록 하수오는 아니지만 그에 못지 않은 효능이 알려지면서 백수오로 만들었다는 건강기능식품이 시장에 우수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런 백수오가 난데없이 증권시장을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지난 22일 코스닥지수는 장중 최고가 대비 한때 6.1%나 급락했다, 내츄럴엔도텍이라는 코스닥업체가 가짜 백수오 제품을 판매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한국소비자원은 32개 백수오 제품 조사 결과 진짜 백수오만을 사용한 제품은 3개(9.4%)에 불과했다고 이날 밝혔다. 내츄럴엔도텍은 백수오와 외관은 비슷하지만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이엽우피소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 회사 주가가 하한가로 곤두박질치자 올 들어 30% 넘게 급등한 코스닥시장에 ‘거품 붕괴’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로 다른 주식 투매가 잇따르며 시장 전체가 급락한 것이다.
코스닥시장은 어제도 다시 1.54% 하락, 기세 좋던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문제의 내츄럴엔도텍은 이틀 연속 하한가로 추락했다. 이 업체는 식약처 검사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소비자원을 상대로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진실은 좀 더 있어야 밝혀지겠지만 영 찜찜한 건 어쩔 수 없다. 값이 백수오의 3분의 1에 불과한 이엽우피소를 백수오로 속여 판 곳이 한두 곳이 아니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그것도 식품 원료로 사용이 금지된 것이라니 괜히 회춘하려다 비명횡사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불로초 소동은 이처럼 역사가 깊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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