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동 등 전통시장 화색…구시가지 상권도 살아나
[ 하인식 기자 ]
서울에 살던 전상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홍보팀장은 지난해 2월 본사가 울산 혁신도시로 이전하자 가족과 함께 울산으로 이사했다. 그는 회사 대다수 직원이 주말마다 서울로 귀경전쟁을 벌일 때 울산의 신불산과 태화강, 강동 정자 바닷가 등을 돌아보며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바로 인근 동서발전의 김용기 홍보실장은 한 달에 한 번 태화강에서 윈드서핑 강습을 받는다. 김 실장은 “울산에 내려오기 전에는 공장이 가득한 ‘삭막한 도시’쯤으로 생각했는데 정반대였다”고 말했다. 1년 전만 해도 허허벌판의 ‘불편도시’로 낙인이 찍혔던 울산 우정혁신도시에 7개 공공기관이 자리잡으면서 침체된 울산경제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혁신도시 인근 상권 부활
김경식 근로복지공단 홍보부장은 “아직 혁신도시 내부는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퇴근 때마다 직원 遮煐側?성남·우정동 옛 시가지의 전통시장과 맛집을 찾는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도시 인근은 물론 중구 옛시가지 상권도 되살아나고 있다. 박영숙 인재부동산 대표는 “최근 들어 울산초등학교 앞 식당가에 손님이 부쩍 늘었다”며 “삼산 신도시에 밀려 쇠퇴해가던 옛 상권이 혁신도시 덕에 되살아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시계탑 사거리 방면 식당가는 3.3㎡당 300만~500만원의 권리금이 더 붙였다.
울산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은 총 10곳, 직원 수는 3200여명이다. 에너지관리공단,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도로교통공단 운전면허본부 등 3곳을 제외한 7곳이 지난해 말 입주를 끝냈다. 이들 7개 입주기관의 직원 수는 2559명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울산중부지부 관계자는 “성안동 음식점은 모두 205개로 주로 1만원 이하의 점심 메뉴를 취급하는 음식점이 공공기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며 “혁신도시 상가 부지 주인들이 본격적으로 건물을 짓고 음식점이 들어서기 전까지 효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혁신도시 내 아파트는 신세계 입점 발표와 공공기관 이전, 아파트 입주 등 여러 호재가 이어지면서 일부 단지는 프리미엄이 최고 1억원까지 붙었다. 혁신도시에 들어설 6150여 가구 아파트 중 320여 가구가 준공됐다. 혁신도시발 부동산 훈풍은 울산지역 전체 땅값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울산지역 토지가격은 1.85% 상승해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구 세수입 해마다 ‘쑥쑥’
그동안 세수 부족으로 전국 기초단체 가운데 재정이 가장 열악한 구청 중 하나인 울산 중구는 세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구세입 징수액은 275억원에 이른다. 2013년(237억원)에 비해 38억원, 2012년(220억원) 대비 55억원 늘어난 규모다. 중구청의 2014년 당초 목표액(219억원)보다 56억원이나 증가했다. 중구청은 지난해 경기침체로 인해 부동산 거래가 전반적으로 부진했는데도 울산 혁신도시 조성에 따른 지방세 징수액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주율 높여야
공공기관들이 울산혁신도시로 이전한 지 1년여 지났지만 아직도 가족과 동반 이주하지 않은 ‘나홀로족’이 70%를 넘어 혁신도시발 경제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울산시는 당초 10개 공공기관이 이주할 경우 인구가 2만명 늘고, 연간 9120억원의 생산효과와 4200억원의 부가가치, 4900명의 고용창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현재 7개 공공기관 임직원 2559명 가운데 가족과 함께 이전한 직원 비율은 25.6%에 그친다. 울산시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이주하면 자동차 구입비 50만원과 이사비용 100만원, 고등학교 입학 시 장학금 100만원 등 최대 4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조재호 울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지역민과 융화합할 수 있도록 정주여건 개선과 사회활동 참여기회 확대 등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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