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대한변협의 태도에 대해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외국에서는 고위 법관 출신이 변호사 개업을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며 사회적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도 변호사 개업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반대도 만만치 않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이미 변호사 개업을 한 대법관 출신들과 형평에서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대한변협의 전 대법관 변호사 개업신고서 반려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전관예우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불가피하다”
강신업 대한변협 공보이사는 “대법관이 퇴임 후 고액 연봉을 받고 로펌 변호사로 가면 로펌은 그의 이름을 팔아 상고심 사건을 거의 싹쓸이하고 고액의 수임료를 챙긴다. 하급심에서 진 쪽은 로펌에 사건을 맡겨 재판을 뒤집기를 바라고 이긴 쪽은 이긴 쪽대로 불안해서 전직 대법관을 찾기 때문에 사건은 줄을 잇고 수임료는 부르는 게 값이다. 그 과정에서 로펌과 대법관은 소위 떼돈을 번다”고 주장한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대법관이 퇴임 후 개업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외국 사례를 들어 개업신고서 반려를 찬성하는 견해도 있다. 미국에서는 판사가 종신직으로 운영돼 개업 자체가 불가능하고 영국이나 홍콩은 일단 법관으로 임명되면 다시 변호사로 개업할 수 없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또 일본은 명문화된 규정은 없으나 퇴직 대법관은 공증에 한해 변호사 업무를 하는 정도라는 점도 든다.
김선수 변호사는 한 신문 기고에서 “누구도 퇴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으로 인한 사법 불신을 해소하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한변협의 신고서 반려는 고육지책”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퇴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제한이 일부 주장처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인지도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변호사 개업만 제한할 뿐 대학이나 연구소 근무, 기타 공익적 활동까지 제한하는 것이 아닌 만큼 최소 침해원칙과 법익균형성 원칙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사법부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대법원이 먼저 나서 퇴임 후 변호사 개업 금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반대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며 형평성 문제도 있다”
여상원 변호사는 “우선 전관예우와 같은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으려면 평생법관제가 정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법연수원을 나와 젊은 나이에 법관이 되기보다 변호사로 사회 경험을 쌓은 뒤 일정 나이 뒤 법관직에 오르도록 하고 이후 별다른 사유가 없으면 정년까지 근무하는 식의 평생법관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제도 개선이 시급한데 무조건 대법관 출신은 전관예우 우려 때문에 변호사 개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법원장이나 검사장 출신도 현직을 그만둔 뒤 로펌 등에서 고액 수임을 하는 것을 함께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편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도 대한변협의 개업신고 반려가 신중하지 못했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서면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아무런 법률상 근거 없이 개업신고를 반려한 것은 대한민국 전체 변호사를 대표하는 유일한 법률가 단체로서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고위 법조인 출신 변호사가 로펌 등에 취업하지 않고 공익적 활동에 종사하는 것이 전관예우의 의혹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등 바람직한 면이 있다”면서도 “고위 법조인의 퇴직 활동에 관한 다른 제도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직업 선택 자유와의 관계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법조인은 “취지는 공감하지만 전관예우는 입법적으로 해결하고 사회적 인식도 바뀌어야지 개업을 막아서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 생각하기 “명백한 금지법도 없는데 무조건 막는 것은 문제될 수도”
전임 대법관이 로펌으로 가 천문학적 액수를 받고 사건을 수임하는 소위 전관예우가 문제가 있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문제는 변호사 개업을 못하게 하는 것이 정답인가 하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2000년 이후 퇴임한 대법관 중 대형 로펌으로 간 사람만 20여명에 달한다. 그 사이에 아무런 금지법이 만들어진 것도 아닌데 이전 대법관 출신들은 아무 문제 없이 로펌으로 갔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차한성 전 대법관에게만 변호사 개업을 못하게 하는 것은 이유가 무엇이든 지나친 처사가 아닌가 생각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대법관들 스스로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이게 어렵다면 관련 법률이라도 개정해 금지시키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변호사 개업만을 금지시키는 것이 꼭 위헌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대법관들의 자제 선언도, 변호사 개업을 금지하는 법률도 없는 상황에서 그냥 전관예우를 없애야 한다는 국민감정을 적용해 개업신고서를 반려한 것은 문제라고 본다. 아무리 의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명백한 근거 없는 개업신고서 반려는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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