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로 '중국 노동절 특수'도 타격
[ 김명상 기자 ]
320만명 대 413만명. 지난 1~3월(1분기)에 한국과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숫자다. 일본은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연속 외국인 관광객 유치 경쟁에서 한국을 넘어서고 있다. 양국 간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방일 외국인 관광객보다 3.6% 많았으나 올해 들어서는 평균 20% 가까이 뒤처지고 있다.
○日, 요우커·동남아 등 고루 유치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 3월 방일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45.3% 늘어난 152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9.4% 늘어난 123만8144명에 그쳤다. 이런 한국의 열세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올해 1분기 중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413만1400명으로 한국(320만5904명)보다 28.9% 많다.
단지 숫자만 뒤진 것이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 구성을 보면 일본의 ‘포트폴리오’가 훨씬 다양하다. 1분기 중 한국을 찾은 외국인 중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는 142만명(44.5%)으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한다. 2위 방한객인 일본인(50만1151명)의 세 배에 가깝다. 같은 기간 일본을 찾은 요우커는 92만명으로 전체의 22.4%에 불과하다. 그만큼 다양한 국가에서 방문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동남아 관광객의 일본 방문이 크게 늘어났다. 1분기 방일 외국인 중 대만 홍콩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주요 8개 동남아 국가 비중은 36.6%에 이르지만, 한국에서 이들 국가의 비중은 20.4%에 그친다.
방한 대만 관광객은 약 15만명으로 방일 대만인의 20% 수준이다. 홍콩(일본 대비 44.0%) 태국(67.7%) 싱가포르(63.8%) 말레이시아(80.4%) 베트남(88.9%) 등에서 온 관광객 수도 일본에 뒤졌다. 한국이 요우커만 쳐다보는 사이 일본은 시야를 넓힌 결과다.
○요우커만 믿다간 큰 타격
그나마 ‘믿는 도끼’인 요우커 성장세도 예전 같지 않다. 지난 3월 22%를 기록한 방한 요우커 증가율은 4월에는 10~15% 수준에 그칠 것으로 한국관광공사는 전망하고 있다. 2013년 평균 52.5%, 지난해 41.6%에 이르던 증가세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연휴 특수도 기대만 못하다. 오는 30일부터 5월4일까지 이어지는 중국 노동절 연휴에 한국을 찾는 요우커는 전년 동기 대비 20.6% 늘어난 10만명으로 예상된다. 2013년 5만명(37.7%), 지난해 8만3000명(65.3%)의 가파른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되는 모습이다.
문제는 요우커의 행선지가 한국 대신 일본을 향하고 있다는 것. 최근 중국 최대 인터넷 여행 예약 사이트 씨트립(Ctrip·携程)이 ‘노동절 연휴에 가장 가고 싶은 나라’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약 60%가 일본을 1순위로 선택했다. 더욱이 중국인의 방일 관광은 지금까지 춘제(春節) 등 특정 시기에 집중됐으나 점차 ‘연중 아무 때나’로 변하고 있다. 벚꽃이 피는 시기인 3월15일부터 4월15일까지 일본을 찾은 요우커는 전년 동기의 두 배인 약 35만명에 달했다. 올해 춘제 기간의 40만명과 비슷한 수치다.
강력한 관광 인프라와 인지도를 갖춘 일본이 엔저 바람을 타고 계속 상승곡선을 그린다면 직접 경쟁 상대인 한국 관광산업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국의 최대 고객인 요우커마저 빨아들인다면 한국 관광시장은 큰 타격을 입는다. 요우커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국가의 방문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성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요우커가 한국 관광산업의 중요한 고객이긴 하지만 특정 시장에 의존하기보다는 목표 시장을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동남아 등 근거리 시장을 공략해 안정적인 구조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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