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공업 원자재 제공을 대가로 북한 지하자원을 개발키로 한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작년 3월 정부는 북한에 경공업 원자재 8000만달러어치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풍부한 북한 지하자원을 개발키로 합의했다. 정부로선 북한 주민의 생활 안정에 필요한 섬유 신발 등의 생산을 지원하고, 남북 간 자원 개발 협력을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사업으로 여길 만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단천 지역 3개 광산과 광산 개발에 필수적인 발전소, 철도·도로, 항만 등 인프라 현지 실사를 했고 경제성 평가까지 마쳤다. 하지만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북한은 아직까지 무응답인 상태다.
북한은 최근 러시아와 지하자원을 대가로 굵직한 합의를 했다. 러시아 극동개발부가 20년간 북한 내륙철도 3500㎞를 개보수해주고, 그 비용 250억달러를 북한 석탄과 비철금속 등을 개발해 충당키로 했다. 러시아가 북한의 낡은 전력망을 개보수해주고 북한에 풍부한 희토류 등 지하자원을 받는 사업에도 진전이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철도와 전력망 개보수 사업은 전제조건으로 광산개발을 선행키로 해 사업을 낙관하기 힘들다. 러시아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면서 투자가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북·러 간에 광산 개발권 분쟁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북한은 과거 중국 기업들에 보여준 행동으로도 실망을 준 적이 있다. 중국 내화자재 생산업체인 시양그룹은 북한 옹진광산에 투자했다. 그런데 2012년 시험생산 중 북한은 일방적으로 전력요금과 임금 인상 등 계약 내용 변경을 요구했고, 결국 시양그룹은 투자비도 회수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작년 말 일방적으로 노동규정 개정을 통보한 개성공단 문제도 마찬가지 사례다.
북한은 작년 경제개발구를 확정하고 외국 기업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성공을 바란다면 개성공단 등 국외 협력사업에 대해 진전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러시아와 추진하는 대규모 협력 사업의 성공도 결국은 신뢰 문제가 될 것이다.
북한은 8000만달러 규모의 대한(對韓) 상환 계획을 내놔야 하지만 정부는 이를 현금으로만 상환받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광산 개발 수익금으로 상환키로 한 약속을 지키기를 원한다는 점을 북한 당국은 알아야 한다.
최경수 < 북한자원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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