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지금 주식시장에 들어가도 되나요"

입력 2015-04-28 14:04   수정 2015-04-28 14:05

"지금 주식시장에 들어가도 되나요"

'여의도의 현인'으로 불릴만한 딱 세명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가정은 "당신의 40대 친구가 전화를 걸어와 이런 질문을 한다면"이다.

가장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40대 가장들이 들썩이고 있다. 돈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욕망이 강한 세대. 인생의 쓴맛을 절반 정도는 맛 봤고, 과감한 결단도 어느 정도 내릴 수 있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가치투자 전도사'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견디기 힘든 유혹이기겠지만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준비가 됐다면 반드시 여유자금으로 하라"

주위에서 주식으로 돈 번 사람들의 얘기가 들리기 시작하면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가치투자의 귀재' 피터 린치가 말한 '칵테일 파티' 이론을 명심해야 한다고 이 부사장은 거듭 강조했다.

펀드매니저인 피터 린치는 칵테일 파티에 참가한 사람들의 태도를 통한 장세 읽는 법을 제시한 적이 있다. 그 마지막 단계는 파티 참석자 대부분이 자기가 보유한 종목에 대해 크게 떠들고, '누구는 얼마를 투자해 얼마를 벌었다더라'식의 신화가 부풀려지는 단계다.

모두가 주식에 투자하고 있으며 자기 주식을 자랑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자기의 주식을 사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상투의 징후이며 곧 증시는 하락할 것이라고 피터 린치는 설명한다.

지금이 피터 린치가 말한 마지막 단계일 수 있다는 것. 그래도 투자를 하고 싶다면 "공부하고 또 공부하라"고 말했다. 하루 2-3시간은 기본이다. 투자할 기업의 내재가치는 얼마나 되는지. 앞으로 그 종목에 무슨 일이 있을 것인지를 파악하고 투자하라는 것이다.

다만 적금을 깨서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상식적으로 주식시장에서 이기는 게임을 하려면 주가의 상승 주기 등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이를 알아맞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일부 여유자금을 잃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투자해야지 급하게 쓸 돈을 투자하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에게 물었다. 여의도에서 정통한 투자전략가로 이름이 알려진 베스트 애널리스트다. 유 팀장은 "주식을 사야 할 때인 것은 맞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국내증시가 연초 이후 너무 급하게 올라왔기 때문에 반드시 조정 구간이 올 것이고 그 때를 노려야 한다는 얘기다.

"주가는 기본적으로 기업들의 실적에 연동되는데 지금까지의 불확실성이 걷히고 있다. 최근 기업들의 이익이 최악의 구간은 통과하고 있다는 신호들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선진국 대비 상대적으로 국내증시가 못 오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1년 정도는 상승장이 지속될 것이다."

유 팀장은 주식시장 진입 시기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직전인 올 2~3분기 瑛肩?제시했다. 막상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주식시장 이슈로서의 생명은 소멸되고 증시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얘기다.

종목은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한 중소형 종목들이 최근 너무 강하게 치고 올라왔기 때문에 이보다는 대형주를 노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실적 안정성이 있는 수출기업 중 1등주 위주로 노려볼 만하다. 화학이나 에너지 업종도 괜찮다. 국내 비중이 높은 건설주와 내수, 유통주도 좋다. 보수적인 사람이라면 은행주를 진득하게 갖고 있어도 될 듯하다."

유 팀장도 40대가 주식시장에 직접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전세값 폭등 등 주거비용 상승으로 사실상 이들에게 여유 자금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주식시장 강세는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자 여유 부동산을 현금화해 투자하는 일부투자자들로 인한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실질적으로 소비여력이 없는데 주식투자에 나서려면 대출이나 신용융자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이는 너무 위험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마라톤펀드의 주역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답은 이렇다. "펀드투자를 하든 직접투자를 하든 지금은 적극적으로 현금을 주식으로 바꿔야 할 때다."

허 부사장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장기적 관점으로 볼때 지금은 적극적으로 주식을 담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논리는 이렇다. 한국 주식시장이 7년 동안 제자리걸음만 해왔는데 기준금리는 같은 기간 3분의 1로 떨어졌다는 것. 한국증시의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내외이고,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1배로 변한게 전혀 없다고 했다. 주요선진 20개국 중에서 한국주식시장이 가장 저평가돼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올해부터 주가도 싼데다 정부가 주식투자 장려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것. 금리보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가능성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대주주들도 배당 분리과세 때문에 세금이 3분의 1일 줄어 앞으로 2년 동안 배당을 대폭 늘릴 것이란 얘기다.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배당수익률이 금리보다 높았던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고, 이는 엄청난 변화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금 추세 상으로 보면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상향 돌파할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다만 주식시장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눈앞에 보이는 수익률에 현혹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코스닥은 과열권에 있고, 코스피 시장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에 성장형이나 주식형 펀드가 훨씬 좋아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40대 가장들은 부를 반드시 쌓아야 하는 세대인 만큼 주식시장에 반드시 발을 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급 외에 추가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자산소득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허 부사장은 "누구나 단기적으로 돈을 벌고 싶은 기본적 욕망이 있지만 그것은 결과에 불과하다.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며 "여유 있는 투자자세로 대형 성장주나 가치주를 담아야 한다. 시장이 하락하면 여유자금이나 차입을 활용하더라도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관열 한경닷컴 증권금융팀장 b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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