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뒤떨어진 의식·제도 고쳐
자율·생산적 경제사회체제 갖춰야"
유병규 <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 yabraham113@naver.com >
한국 경제가 또다시 전혀 예상치 못한 거센 외풍에 휩싸여 표류할 위기에 처해 있다. 적극적인 재정·금융의 양적 완화 정책 등으로 부동산과 자본시장에서부터 봄기운이 돌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안타깝다.
자산시장 활성화는 본격적 경기회복의 단초를 제공한다. 자산시장에 활기가 돌면 소비심리가 살고 기업투자가 실현돼 일자리가 늘어나 다시 소비가 증가하는 경기호황의 선순환 구조가 성립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 경제는 경기회복의 목전에서 정치·사회적 회오리에 휩싸여 번번이 반등기회를 잃는 불운을 겪고 있다. 성장률이 올랐던 지난해는 대형 안전사고가, 올해엔 정치권 부정부패 사건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치·사회 현상들에 매우 민감한 한국 사회 특성상 정치·사회적 충격은 경제활동의 역동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먼저 사회혼란과 불안정성으로 정책추진이 중단되고 속도가 늦어진다. 사건 수습과정에서 갈등이 증폭되고 인기영합적 정책들이 득세를 하면 당초 기대한 경제정책의 실효성은 소멸해버린다. 정책 추진이 약화되고 혼선이 가중되면 소비와 투자심리가 위축돼 살아나던 경기는 다시금 곤두박질치게 된다. 문제는 정치·사회적 여파로 인한 경기침체의 가장 큰 피해는 일자리를 찾는 청년과 생활고를 겪는 서민들이 입는다는 점이다. 올해는 연초부터 이구동성으로 한국 경제가 회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들 역설했다. 밀려오는 정치·사회적 파장 속에서 남은 시간 동안 이 기회를 살리려면 경제살리기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먼저 어떤 혼돈 속에서도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지난 2년 동안 경기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규제개혁, 서비스업 투자, 창조경제 활성화 정책을 줄곧 추진해 왔다. 이제 이들 정책을 점검하고 미진한 부분을 보완해 가시적인 성과가 창출되도록 해야 한다. 정치사회 상황 변화에 동요하지 않고 제 할 일을 다하는 정부의 뚝심과 열정이 요구된다. 다음으로는 미래 불안을 해소하고 지속성장 기반이 되는 핵심 개혁정책들을 차질없이 마무리해야 한다. 국가 재정상태나 저출산·고령화 현상 등을 감안하고 좋은 일자리를 늘려 극심한 소득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연금수급 개선, 노동시장 선진화 등을 언젠가 누군가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해결이 늦을수록 정치적 부담과 재정비용이 불어난다. 결코 어느 한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정 세대만의 문제도 아니다. 노동시장이 선진화되면 청년뿐만 아니라 지금 중년들의 노년 일자리가 확보된다.
차제에 정치·사회적 사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율적이며 생산적으로 돌아가는 선진 경제사회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 한국은 경제와 비경제 부문 간 시대변화에 적응하는 속도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심각한 ‘시간 충돌’ 현상을 겪고 있다. 마치 봉건시대 의식과 제도들이 산업 발전을 저해한 것과 같다.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급속한 기술환경 변화 등에 적응하려고 기업은 100마일로 달리는데 정부는 25마일, 정치권은 3마일로 기어가 부문 간 충돌 현상이 생기기 때문에 사회혼란이 가중되고 경제성장이 지체된다고 경고했다. 경제발전 속도를 높이려면 ‘적합성 법칙’에 따라 정치·사회 각 부문도 신속히 변해야 한다. 지금은 경제의 세계화로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21세기 신기술 혁신에 따라 제4차 산업혁명이 전개되고 있는 대전환 시대다. 경제활동의 주역인 기업들이 이에 대응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국부(國富)를 창출할 수 있도록 시대에 뒤떨어진 의식과 제도를 바꾸는 일에 정부와 정치권이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유병규 <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 yabraham113@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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