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콘텐츠 편성 제한 없어
두 나라 기업들 손 잡으면 서로 윈-윈 관계 구축할 것
[ 김보영 기자 ]
지난해 4월 태국에서 27개 디지털 지상파 채널이 일제히 출범했다. 태국 정부와 방송통신위원회(NBTC)가 아날로그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2013년부터 디지털 지상파 채널을 경매한 결과다. 몇 년 전만 해도 6개에 불과하던 디지털 지상파 채널이 다섯 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그야말로 ‘대변혁’이었다. 프로그램을 공급하기 위한 채널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2015 한·태 디지털콘텐츠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할 타왓차이 짓따라파난 NBTC 상임위원을 28일 만나 태국과의 방송콘텐츠 협력 방안을 들어봤다.
“방송콘텐츠 제작사가 기한 안에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않으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그걸 기다리지 않고 해외에서 사올 정도로 경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올해 디지털 지상파 채널이 36개로 늘어날 예정이라 프로그램 수급 전쟁은 한층 달아오를 전망입니다. 특히 한국 프로그램이 인기예요. 한·태 디지털콘텐츠 콘퍼런스가 열리면 양국 기업이 협력을 제의하는 수준이 아니라 당장 거래가 일어날 겁니다.”
태국에서 인기를 끄는 한국 방송콘텐츠는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2000년대 중후반에는 ‘대장금’(MBC) 등 드라마 위주로 수입했다. 최근에는 1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요일이 좋다-런닝맨’(SBS) 등 예능 프로그램, ‘슈퍼스타K’(엠넷) 등 오디션 프로그램도 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짓따라파난 상임위원은 “홍콩 대만 일본 중국 등 주변국 콘텐츠가 한때 반짝 인기를 끌었다 사그라들었는데 현재 가장 인기 있는 건 한류 콘텐츠”라며 “정서나 문화는 달라도 생동감과 리얼리티, 재미가 있어 질리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태국에선 해외 콘텐츠에 대한 편성 제한이 없다. 그는 “외국인 지분율이 통신사는 49% 미만, 방송사는 25% 미만으로 제한돼 있지만 콘텐츠 편성 제한은 따로 두지 않고 있다”며 “지나치게 잔인하거나 선정적인 프로그램만 아니면 방송사들은 한류 프로그램을 종일 틀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태국 기업들은 이번 콘퍼런스를 통해 콘텐츠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노하우를 배워갈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콘텐츠 제작 방식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예능 프로그램의 다양한 형식과 연출 방식을 배워간다는 것. 짓따라파난 상임위원은 “포맷을 수입해 같은 형식으로 태국에서 자체 제작할 수도 있고, 2PM의 닉쿤처럼 태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 아이돌을 출연시킬 수도 있다”며 “함께 손잡고 만들 수 있는 콘텐츠가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NBTC의 방송콘텐츠 발굴 장려는 태국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와 맥을 같이한다. 지난해 11월 태국 정부는 ‘디지털 이코노미’를 경제정책의 전면에 내세웠다. 통신, 방송, 정보기술(IT), 디지털콘텐츠 등 디지털 경제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워 국민소득 5000달러 수준의 중진국에서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짓따라파난 상임위원은 “디지털 경제의 여러 분야 가운데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가장 빠르게 이뤄진 만큼 정부가 큰 기대를 걸고 콘텐츠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한 뒤 추락하던 방송 시청률이 반등하는 등 소비자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태국에서 초고화질(UHD) TV는 아직 널리 퍼지지 않았지만 고화질(HD) TV와 커브드 TV는 상당히 보급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지상파 채널 27개 가운데 HD급 영상을 전문으로 내보내는 채널만 7개다. 그는 “양국 사이에 처음 디지털콘텐츠 콘퍼런스가 열리게 된 시기가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없다”며 “두 나라 기업들이 손잡고 윈-윈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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