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이 살아야 나라가 삽니다"

입력 2015-04-29 12:15  

▲ 김진철 의원의 인생은 좌절과 희망의 연속되는 등 극적인 요소가 많아 보인다. 사진= 최형호 기자.
<p>장애와 학력을 극복한, 약자를 대변하는 서울시 의원이 있다. 김진철(새정치민주연합, 비례) 서울시의원이 그 주인공. 김 의원의 인생은 좌절과 희망의 연속되는 등 극적인 요소가 많다.</p>

<p>김 의원은 세 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다리를 절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가 뛰어났다. 이 소질을 살려 그는 금세공사로 10년간 일했고, IMF로 직격탄을 맞은 후 두부장수로 변신, 기적적으로 성공한다.</p>

<p>그의 성공스토리의 근간은 마포구 망원시장에 있다. 이곳에서 자신이 운영한 두부가게가 성공했고, 사회활동가로 시작하다 정치계에 입문도 했다.</p>

<p>망원시장은 그에게 있어 가정의 생계는 물론, 사회적 관심이 없던 그를 우연찮은 기회로 상인의 권익을 지키는 운동가로 활동하게 해준 매개체인 곳이다.</p>

<p>또한 약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되기까지 발판을 마련해준 곳이다. 즉 망원시장은 김 의원에게 있어 제2의 인생 시작점?곳이다.</p>

<p>이런 이유로 그의 정치 철학의 근본은 '전통시장'과 '상인'에 있다. 그들의 권익을 대변해주고, 보호해주는 역할이 현재 자신의 몫이라는 것.</p>

<p>이런 이유로 김 의원은 골목상권에 대기업 진입을 반대하는 데 목소리를 높인다. 대형마트, 복합쇼핑몰이 들어오면 투쟁도 불사르겠다는 의지다. 전통시장이 살아야 서민이 살고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확고한 그의 신념 때문이다.</p>

<p>김진철 서울시의원을 만나 극적인 인생스토리와 상암동 DMC 복합쇼핑몰 입점 반대 이유 등을 들어봤다.</p>

<p>-장애로 인해 사회적 제약이 많았을 거다. 그러나 이겨내고 시의원이 됐다.</p>

<p>정치인이 위해 의도적으로 걸어온 것은 아니다(웃음). 3살 때 소아마비에 걸렸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 직업을 택하는 길은 제한적이다.</p>

<p>부모는 어렸을 때부터 항상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이 판사, 검사, 의사, 약사 등 화이트칼라의 직업군이었다. 그러나 학창시절 뛰어나게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한의사가 되기 위해 삼수까지 했지만 결국 원서도 넣어보지 못하고 포기했다.</p>

<p>당시 신대방동 근처에 장애인을 위한 직업 교육을 담당했던 재활원이 있었다. 이곳에서 귀금속 세공 일을 배웠?</p>

<p>세공사는 앉아서도 할 수 있을뿐더러 워낙 손재주가 있었던 터라 재활원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10년 동안 세공 일을 했다.</p>

<p>당시 목표는 몫 좋은 곳에 귀금속점을 차리는 것이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돈을 모았지만 IMF가 왔다. IMF로 인해 가장 직격탄을 맞는 직군은 세공사다. 일감을 놓고 세공사들끼리 경쟁은 치열했고, 소득도 시원찮았다. 이 과정에서 회의감이 들었다.</p>

<p>비전이 없다면 다른 직군으로의 전환이 필요했다.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다 두부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를 생각했다. 바로 위의 형님이 즉석두부가게를 했다. 형님에게 부탁해 두부가게 안 조그만 공간을 빌려 붕어빵 장사를 시작했다.</p>

<p>붕어빵을 팔면서 한편으로는 형님이 장사하는 것을 관찰했다. 두부가 잘 팔리니 이거다 싶었다. 마포구 망원동 시장에서 그동안 번 돈과 친척 지인에게 빌린 돈을 합해 두부가게를 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이 두부를 만드는 것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아내가 도와줬기에 가능했다.</p>

<p>-두부가게는 성공했나?</p>

<p>두부가게를 실패하면 인생나락에 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새벽 1~2시까지 일을 했고 아침 6시에는 항상 가게 문을 열었다.</p>

<p>그래도 두부는 팔리지 않았다. 경쟁상가에 항상 밀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경쟁 상가는 이미 터를 잡아 단골 고객을 이미 확보한 상태였고, 나는 이제 막 들어와서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 아닌가.</p>

<p>그렇게 낙심하던 중 우연찮은 기회가 찾아왔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큰 아이의 학원 강사가 우리 사정으로 보고 모 공중파 방송국에 사연을 쓴 게 전환점이 됐? 이것이 가게 홍보가 돼 그때부터 두부가 잘 팔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리를 잡아 시의원이 돼서도 18년째 두부가게를 운영하고 있다.</p>

<p>-상인회에 가입한 이후 투쟁의 연속이었다?</p>

<p>사실 장사에만 몰두했지,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 없었다. 그러던 중 상인회에서 찾아왔다. 시장을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사정을 들으니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결국 상인회에서 재무이사를 맡았다.</p>

<p>당시 합정동 메세나폴리스에 대형마트가 들어선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이미 마포구에는 같은 브랜드의 대형마트가 4개가 들어선 상황이었다. 이곳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망원시장 상권자체가 살아남기 힘들었다.</p>

<p>대형마트와 싸워야했고, 망원월드컵 상인들과 NGO 단체들과 연대해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라며 1년 넘게 투쟁했다.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왜냐하면 그때가 2011년 말이었다. 총선과 대선이 맞물린 시기였다. 선거철이라서 시간만 끌면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p>

<p>결국 해당 마트는 15개 품목을 팔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망원역에 자리한 익스프레스 매장도 철수하겠다고 약속했다. 가게도 내팽개치고 운동에 나섰던 보람이 있었다.</p>

<p>- 이런 상황이라면 가정을 돌볼 수 없었을 텐데?</p>

<p>대형마트 입점과 관련해 투쟁할 당시 상인회에서 맡은 직책이 총무였다. 사실 회장보다 총무가 일이 더 많다(웃음). 그러다보니 두부가게는 이미 내팽개친지 꽤 됐다. 여자와 바람만 안 났을 뿐 가게를 운영할 수 없으니 아내와 부부싸움도 많이 했다. 그러나 이 사건(대형마트 입점)에 총ジ?맡았는데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따르겠나.</p>

<p>-어떤 연유로 정치를 하게 됐나?</p>

<p>당시 투쟁의 타이틀이 '경제민주화산실'이었다. 대형마트와의 싸움이 끝나자 시민단체가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에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면서 왜 을(乙)을 위한 위원회가 하나도 없냐며 이게 서민의 정당인가라며 항의했다.</p>

<p>결국 민주당은 당시 우원식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을의 눈물을 닦아주자는 취지로 '을지로위원회'를 출범했고 나는 이곳에서 활동했다. 남양유업 사태 등 여러 굵직한 성과를 냈지만 이에 대한 타협만 있었을 뿐 제도개선은 없었다.</p>

<p>이에 을지로위원회에서 6,4지방선거에 상인을 시의회에 진출시켜보자고 추진했고 내가 추천 받았다. 그리고 비례대표 2번으로 서울시의회에 입성했다.</p>

<p>-상도포럼 상인로드가 무엇인가?</p>

<p>당시에는 대형마트가 들어왔을 때 상인들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 생각 못했다. 오히려 대형마트 구경도 가고 아이들 옷 사줄 때도 마땅치 않았는데 마트에서 옷도 사줄 수 있으니 개인적으론 좋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전통시장 매출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p>

<p>상인들마다 "(매출이)작년만 못하네"란 말을 해마다 반복했다. 2005년을 기점으로 작년매출보다 떨어진다는 말을 망원시장 상인들은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면서 상인들은 대형마트 때문이라는 것을 인식을 하게 됐다. 상인들이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대형마트가 전국적으로 포화상태였다.</p>

<p>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전통상업보존구역의 500m 거리 이내에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규모 점포와 준대규모 점포(SSM 등)의 출점을 3년 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강력히 주장했고 2010년 국회에서도 통과됐다. 개인적으로 이미 늦었다고 생각되지만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돼 더 이상 악화가 되지 않을 거라는 희망이 있다.</p>

<p>지금도 정부를 향해 더 이상 대형마트가 시장에 못 들어오게 해달라고 투쟁한다. 겨우 상인들이 입에 풀칠하는 정돈데,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에 진입하면 상인들은 더는 살아나갈 희망이 없다.</p>

<p>그러나 정부는 '친 대기업 정책'을 펼치다보니 현재 대형마트가 복합쇼핑몰 형태로 변형해서 입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여기까지 오니 상인들을 교육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가 대형마트 입점을 막아주지 못하면 누군가 상인들을 일깨워야 한다. 그러던 중 상인로드를 생각해냈고 상인들을 만나면서 이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고충을 해결해주려 노력하고 있다.</p>

<p>-복합쇼핑몰 입점으로 인한 지역상권의 타격은 어느 정도 인가?</p>

<p>앞으로 서울에 대형복합쇼핑몰이 10개 이상 입점할 전망이다. 대형복합쇼핑몰 1개가 대형마트 20개 이상 맞먹는다. 동네뿐만 아니라 서울시 전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러면 서울의 전통시장은 끝난 것과 마찬가지다.</p>

<p>서울뿐 아니라 현재 대형복합쇼핑몰은 전국에 20~30개 들어올 것이라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중소자영업자들은 다 죽는 거나 다름없다. 비단 전통시장 뿐만 아니라 골목상권도 전부 무너진다.</p>

<p>-전통시장, 골목상권이 무너지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p>

<p>정부통계에 의하면 국민 중 약 600만명이 悶돗汰渼? 이들의 생계가 끊기면 국내 경제의 위기는 고스란히 정부의 몫이 된다. 그렇다면 이런 부담을 정부에서 감당할 수 있겠나. 절대 못한다.</p>

<p>대기업들 배불리기 위해 국내 자영업자, 상인들이 도대체 언제까지 다쳐야 하나. 이런 상황이 더 이상 생겨나면 안 된다. 앞서 물어봤듯, 내 정치 철학은 상인, 중소자영업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이들이 무너지면 안 된다. 이에 맞게 내가 어떤 일을 내가 할 것인가가 제 의정 포인트다. 국민을 보호해줘야 할 권리를 보호해주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다.</p>

<p>-마포구 상암동 DMC단지 내 복합쇼핑몰 입점을 반대하고 나섰다. 상인과 주민 간 지역 간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어 보이는데?</p>

<p>요즘 마포구에서는 이 문제가 최대 화두다. 복합쇼핑몰에서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멀티플렉스 등 문화 시설들이 입점할 예정이다. 이 쇼핑몰은 지하철6호선, 경의, 중앙선, 공항철도등과 인접해있다. 성산대교 바로 옆에 다리가 건립돼 강서구민도 복합쇼핑몰을 이용할 수 있다.</p>

<p>여기에 이 복합쇼핑몰은 강변북로, 서부간선도로 등과 연결돼 있어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경기서북부 지역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달리말해 서북권 상권이 복합쇼핑몰로 인해 다 죽는다.</p>

<p>인근 상인들을 생각해봐라. 많은 상인들이 복합쇼핑몰 건립으로 인해 거리로 내몰리게 생겼다. 반면 인근주민들은 찬성한다. 부동산 상승효과 때문이다.</p>

<p>그러나 1000~2000만원 부동산 상승효과는 이곳에 집과 땅을 소유한 사람들에 국한된다. 이들의 재산상승을 위해 많은 상인들은 길거리에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과연 둘 중 어느 것이 사회적 가치가 더 큰가를 생각해보면 답이 금방 나온다. 비교자체가 될 수 없는 것이다.</p>

<p>차라리 이곳에 복합단지몰이 아닌 공항과 가까우니 관광활성화 명목으로 놀이시설과 숙박시설을 조성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p>

<p>-대기업의 지역상권 잠식은 시간문제라는 얘기가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과 상생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보는데?</p>

<p>대기업이 이미 포화상태인 지역 및 골목상권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 지역상권과 상생하는 길이다. 대기업은 이제 더 이상 동네상권이 아닌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해외에 대형마트 복합쇼핑몰이 입점한다면 기업도 국가도 모두 이득 아닌가.</p>

<p>개인적으로는 상암동 DMC 복합쇼핑몰 반대투쟁이 앞으로 중요하다고 본다. 이 싸움으로 인한 성패에 따라 앞으로 대기업들의 동네상권 잠식여부가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되기 때문이다.</p>

<p>투쟁의 승리를 위해 상인들을 결집해 전국적인 상인운동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여론을 형성해 더 이상 대기업이 지역 및 골목 상권에 진입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p>

<p>-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나?</p>

<p>사실 난 부족한 면이 많다. 내 근본은 망원시장 상인이고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났다. 시의원이기에 앞서 서민이라는 신분을 바탕으로 둔 사람이다. 정치도 서민에 편에서 할 수밖에 없다. 상인의 입장에서, 약자를 대변하는, 을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게 내 정치철학이다.</p>

<p>이를 위해 시민단체와 상인연합회 등과 여전히 관계를 맺고 있고, 학문적, 이론적 정치를 위해 경희사이버대학에도 입학해 공부하고 있다.</p>



한경닷컴 정책뉴스팀 최형호 기자 guhj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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