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청약 했다하면 수천억~1조 몰려…스팩 열기에 '묻지마 청약' 주의보

입력 2015-04-29 21:08  

대우SBI스팩1호, 경쟁률 409 대 1
NH스팩5호, 1조5000억 몰려
상장 제동 걸릴 수 있어 유의해야



[ 서기열 기자 ]
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하는 스팩(SPAC)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는 등 올 들어 스팩 청약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에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데다 합병을 성사시키면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가 맞물린 결과다.

KDB대우증권이 대우SBI스팩1호에 대한 청약을 28~29일 진행한 결과 55만주 모집에 2억2488만주가 몰려 408.87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청약증거금(청약대금의 50%)으로 2351억원이 들어왔다. 전날 청약을 마감한 NH스팩5호의 경쟁률도 378.79 대 1이었다. 청약증거금은 1조4773억원(청약대금의 100%)이 몰렸다.

올 들어 스팩은 공모주 청약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청약을 진행한 12개 기업 중 9개가 스팩이었다. 경쟁률은 대부분 200 대 1을 넘어섰다. 지난 14일 청약을 마감한 하나머스트4호스팩의 경쟁률은 427.53 대 1을 찍기도 했다. 청약 증거금은 1월 2000억원대에서 시작해 3월 5000억원을 넘어서더니 이달 들어 7000억원, 9000억원을 찍은 뒤 1조5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성주완 대우증권 IPO(기업공개) 부장은 “올 들어 합병을 발표하는 스팩이 잇따르면서 공모주시장에서 스팩이 고수익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합병을 발표한 뒤 상장심사를 받고 있는 스팩은 대우스팩2호 등 8개다.

현재 거래되고 있는 23개 스팩 주가는 공모가(2000원) 대비 최소 12.5% 올랐을 정도로 수익률이 높다. 이 중 교보위드스팩과 한화에이스스팩 주가는 공모가보다 두 배가량 상승했다. 3년 내 합병 기업을 찾지 못해 청산된다 하더라도 투자자들은 원금을 보장받으며 연 2%대의 이자 수익을 돌려받는다.

하지만 일부 스팩은 합병 발표 후에도 상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만큼 ‘묻지마 투자’는 삼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진행된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장위원회에서 스팩과 합병한 판도라티비(하나머스트3호스팩)와 프로스테믹스(KB제2호스팩)는 합병 승인을 받지 못한 채 속개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판도라티비는 2대 주주와 최대주주 간 지분 갈등이 불거졌고, 프로스테믹스는 미래 성장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스팩(SPAC)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비상장 기업을 인수합병(M&A)해 상장시키기 위해 설립한 서류상 회사로 2009년 도입됐다. 공모로 자금을 조달해 상장한 뒤 합병 대상 기업을 찾는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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