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이는 기업 구조조정] 은행권 강한 반발에도 금감원 '워크아웃 규정' 고쳐

입력 2015-04-29 23:11  

경남기업 지원 '무리수'

금감원 "원래 바꾸려던 규정"



[ 박동휘 기자 ] 2014년 3월 경남기업에 대출한 10개 은행이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 모였다. 경남기업의 세 번째 워크아웃을 시작할지를 결정하기 직전이었다. 사각형으로 된 회의장 중앙엔 금융감독원 기업개선국 담당팀장이 앉아 있었다.

주요 안건은 ‘건설사 워크아웃 MOU 개선 가이드라인’으로 서울보증보험(현 SGI서울보증) 같은 이행보증회사에 대해선 워크아웃 기업에 신규 자금을 지원할 때 열외를 인정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남기업 채권액이 두 번째로 많았던 서울보증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조치였다”며 “사실상 통보 형식이어서 은행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했다”고 말했다.

2013년 11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진행된 경남기업의 세 번째 워크아웃에 대한 금융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일부 은행장은 그때 워크아웃이 아니라 법정관리에 들어갔어야 했다고 말할 정도다.

복수의 경남기업 채권금융회사에 따르면 SGI서울보증은 경남기업의 세 번째 워크아웃에 부정적이었다. 1998년 외환위기 당?12조원의 공적 자금을 지원받아 회생한 서울보증은 이를 갚아야 할 의무가 있었지만 작년 3월 말까지 상환한 금액은 4조5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경남기업에 세 번씩이나 신규 자금을 지원하라는 금감원의 요청에 난색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는 게 서울보증의 설명이다. 앞서 서울보증은 2013년 금호산업 채권단에 배정된 신주 발행과 관련, ‘부(不)동의’를 결정한 뒤 반대매매청구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경남기업의 세 번째 워크아웃은 서울보증이 반대하면 워크아웃 개시 요건인 채권액 기준 75% 동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3차 워크아웃 확정 당시 서울보증의 경남기업 채권액은 1963억원으로 전체의 18.16%를 차지했다.

서울보증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금감원은 경남기업 지원을 위해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했다. ‘이행보증은 은행 대출과 다르니 협약채권에서 빼달라’는 보증회사들의 오랜 요청을 들어주기로 한 배경이다. 보증회사들은 건설사가 파산하더라도 보증한 건설공사가 다른 기업에 의해 마무리된다면 보증 의무가 사라진다는 이유로 건설사 워크아웃 때마다 협약채권 제외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 직후 한시법으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제정되면서 채권금융회사들은 공동 분담의 원칙에 따라 이행보증도 대출과 같은 권리와 의무를 갖는 것으로 정착시켰다.

금감원 관계자는 “2010년부터 서울보증보험이 요구해왔던 것을 들어준 것뿐”이라며 “경남기업에 대한 특혜는 아니다”고 말했다.

■ 이행보증

건설회사 등이 맺은 계약에 淪?보증회사가 계약 이행을 보증하는 것으로 금전 대출에 대한 지급보증과 구별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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