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폭동 긴장 재고조…대규모 항의 시위 예고

입력 2015-04-30 07:50  

사흘째를 맞은 미국 볼티모어 폭동 사태의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CNN 등 미국 언론은 이날 오후가 되면서 사람들이 서서히 시내로 모여들고 있으며 밤이 되면 대규모 군중이 항의시위에 나설 것으로 경찰이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방위군 등 대대적인 진압병력 투입과 야간 통금조치 등으로 다소 잠잠해졌지만 이번 폭동의 계기가 된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25)의 죽음에 관한 조사 결과가 이번 주 발표되지 않을 것으로 전해지면서 다시 격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레이는 지난 12일 경찰을 쳐다본 뒤 도망쳤다는 이유만으로 체포돼 경찰 차량에 태워졌으며 이 과정에서 척추를 심각히 다쳤다. 그러나 경찰은 응급구조를 요청하지 않았고 혼수상태에 빠진 그는 일주일 만인 지난주 말 사망했다. 경찰의 가혹행위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규모 폭동사태를 유발한 것이다.

현재 경찰과 주방위군 병력은 인구 62만명 볼티모어 시내를 순찰하고 있다. 학교는 다시 문을 열었고 회사들도 업무를 재개하는 등 다소 정상화하는 양상이다. 지금까지 약탈로 빌딩 30곳이 약탈 또는 방화 됐고 250명이 체포된 것으로 당국은 집계했다.

현지 한인피해는 불어나고 있다. 메릴랜드 식료품연합회에 따르면 식료품과 주류판매점을 중심으로 한인업소 30여 곳이 크고 작은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또 한인 3∼4명 정도가 부贊杉? 한 명은 폭도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병으로 맞아 크게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가 조속히 나오지 않고 내용도 공개되지 않을 것으로 전해지면서 군중들이 이날 오후 시청 앞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경찰들은 군중들에게 진정할 것으로 호소하고 있지만, 상황은 어떻게 흘러갈지 예단하지 못해 볼티모어시의 긴장은 점차 고조되는 모습이다.

특히 이날 저녁 뉴욕시와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 등지에서 동조시위까지 벌어질 것으로 알려져 이날 밤의 상황이 사태의 격화 여부를 좌우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로레타 린치 신임 법무장관은 이날 볼티모어의 폭동에 대해 "무분별한 폭력행위"라고 강한 대처를 예고했다.

반면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날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행한 연설에서 경찰의 과잉 대응에 따른 비무장 흑인의 사망이 발생한 미주리 주 퍼거슨, 뉴욕 스태튼아일랜드, 볼티모어를 차례로 언급하면서 "어머니, 할머니로서 뿐 아니라 시민이자 인간으로서 이들 젊은이와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볼티모어 폭동'에 대해서는 "폭력을 중단돼야 한다"며 "지역 주민은 법에 대한 존중이 있을 때, 그리고 법으로부터 존중을 받을 때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달라"고 자제를 호소했다.

전날 미주리 주 소도시 퍼거슨에서 '볼티모어 동조 시위'가 발생한데다 시카고에서도 경찰의 과잉진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자칫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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