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은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하지만 대부분 소액주주는 주총에 무관심하다. 이는 기업의 원리를 알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주식 투자자가 상장사의 주주가 되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지 강제나 의무가 아니다. 따라서 주식을 사고파는 것 자체가 경영에 대한 의사표명이요 표결이다. 만약 경영, 실적, 배당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식을 팔면 그뿐이다. 대주주 등 장기투자자와 달리 소액주주들이 주총에 참석할 필요를 못 느끼는 이유다. 이른바 합리적 무시다.
그런데도 주총을 정치선거판과 동일시해 과도한 의결정족수를 강제하는 것은 난센스다.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조차 출석 주식수의 과반수 찬성만으로 주총 안건을 의결한다. 그러나 국내 상법에서 주총 보통결의는 ‘출석 주식수의 과반수 찬성+전체 의결권 주식수의 25% 이상 찬성’이어야 성립한다. 합병 정관변경 등 특별결의는 ‘출석 주식수 3분의 2 이상+의결권 주식수 3분의 1 이상 찬성’의 중다수결이다. 소액주주는 주총에 관심이 없는데 정족수만 턱없이 높아 상장사 10곳 중 9곳은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이 없으면 주총이 어렵다고 토로할 정도다.
이런 문제를 고려해 주총 의결정족수를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하는 상법 개정안이 연초 발의됐지만 감감무소식이다. 현행 정족수를 고수할 경우 섀도보팅이 폐지되는 2017년 이후에는 의결정족수를 못 채워 주총이 무산되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수익성과 주주가치 제고에 전념해야 할 상장사가 주총 개최를 위해 주주들을 모으러 다니느라 바쁘게 생겼다. 기업경영은 선거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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