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스앤젤레스=이심기 기자 ] 지난 27~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는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개인간(P2P) 온라인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가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월가의 대형 은행을 겨냥해 “전통적인 은행의 영업 방식은 이제 끝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P2P 온라인 대출이 은행에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주제의 세션에 참석한 CEO들은 “온라인 대출은 보다 빠르고, 금리가 낮고, 24시간 서비스 받을 수 있다”며 “기존 은행 대출보다 확실한 비교우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P2P 온라인 대출은 돈을 빌리려는 사람과 투자자를 인터넷상에서 연결해 대출이 이뤄지도록 한다.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회사는 대출을 원하는 사람의 신용도를 자체 알고리즘으로 분석, 신용등급에 따라 이자율을 연 4~25%로 다르게 적용한다. 대출자는 은행보다 싼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고, 투자자는 자기 책임 아래 돈을 빌려주지만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벤처캐피털회사 파운데이션캐피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P2P 대출 규모는 90억달러다. 2025년까지 1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의 대표적 온라인 대출업체 렌딩클럽의 제프 보건 법인부문 대표는 “은행은 예금을 받은 뒤 스스로 위험을 떠안고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이로 인한 시스템 리스크가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 대표는 “반면 P2P는 돈을 빌리려는 수요만큼만 투자가 이뤄져 은행보다 효율적이고, 비용이 적게 들며, 위험성도 낮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온라인 대출업체 프로스퍼의 에런 베르무트 CEO는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은 신용점수가 760 이하인 사람이 돈을 빌리려면 담보부터 요구한다”며 “우리는 신용대출만으로도 은행보다 낮은 연체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P2P 대출업체 온덱의 노아 브레슬로 CEO도 “기존 은행은 대출 심사에만 최소 3일 이상 걸리지만 우리는 하루면 가능하다”며 “특히 은행과 달리 영업시간이 따로 없어 소비자가 이용하기에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온라인 대출업체가 고객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어 시장 움직임을 보다 빠르게 포착할 수 있고, 리스크에도 즉시 대비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보다 비교우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브레슬로 CEO는 “올해 P2P 금융회사의 대출 규모는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2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은행들도 온라인 대출업체를 사업파트너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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