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길버트 지음 / 류광현 옮김 / 비봉 / 237쪽 / 1만2000원
[ 선한결 기자 ] 6·25전쟁이 발발한 지 6개월가량 지난 1950년 12월20일, 제트기 연료를 운반하는 미국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사진)가 함경북도 흥남부두에 입항했다. 흥남에서 유엔군 철수 결정이 내려진 지 닷새째 되는 날이었다. 북한 피란민들이 중공군을 피해 모여든 부두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배는 그들 중 12명만 더 태울 수 있었다.
배는 나흘 뒤 흥남항을 떠났다. 북한 피란민 1만4000여명과 함께였다. 레너드 라뤼 선장은 화물칸과 갑판층까지 사람을 태웠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극적으로 재현돼 화제를 모았던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런 공간이 도저히 없었지만 무슨 수를 썼는지, 8000t의 강철이 늘어났는지… 올라온 사람들을 다 태웠다.” 라뤼 선장의 회고다.
사람들은 물과 음식, 제대로 된 화장실도 없는 화물선에서 사흘간 버텨 거제도에 도착했다. 항해 중 아기도 다섯이나 태어났다. 후에 미국 정부는 이를 ‘한 척의 배로 가장 많은 사람을 구출한 작전’이라고 발표했다.
6·25전쟁에 참전했고, 워싱턴포스트 기자로 활동한 저자는 《기적의 배》에서 메러디스 빅토리호 이야기를 전쟁의 앞뒤 맥락을 짚으며 풀어낸다. 선박의 해상일지와 정부 보고서 내용을 함께 실었다. 갑판 위에 빽빽하게 들어찬 사람들의 사진은 당시 절박한 상황을 보여준다.
저자는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탔던 선원과 피란민, 흥남에서 육군으로 복무한 알렉산더 헤이그 전 미국 국무장관 등을 인터뷰해 역사적 사건을 자세히 재구성했다. 당시 미국 문화와 역사도 상세하게 서술하며 미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6·25전쟁의 모습을 보여준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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