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이상용 지음 / 민음사 / 880쪽 / 3만3000원
[ 고재연 기자 ] 영화관을 나선 뒤 방금 본 영화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상대와 영화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으며 감상을 공유하는 재미도 쏠쏠할 뿐 아니라 나름대로 해석하고 살을 붙이다 보면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힐 수 있어서다.
철학자 강신주와 영화평론가 이상용이 함께 쓴 《씨네샹떼》는 이런 갈증을 해소해 줄 만하다. 저자들은 영화가 이제 ‘보는’ 대상에서 ‘읽고 해석하는’ 대상이 됐다고 말한다.
대화체로 이뤄진 이 책은 평론가의 시선으로 영화의 소재와 주제의식을 논하고, 철학자의 시선으로 사회학적 해석과 비판의식을 곁들인다.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동경 이야기’에서 이상용은 시아버지 슈키치가 남편을 잃은 며느리 노리코에게 시계를 주는 의미를 이야기한다. 강신주는 1950년대 일본이 미국 자본주의와 개인주의적 사고를 받아들이며 가족의 질서가 파괴되기 시작한 시대적 배경을 논하면서 “과거를 지향하는 할아버지의 당당한 태도에서 일본 패망 이전 시대에 대한 향수가 느껴진다”는 비판적 해석도 덧붙인다.
히치콕의 ‘사이코’에서는 공포의 원인이 되는 ‘시선의 공포’에 대해 이야기하고, 김기영의 ‘하녀’에선 적나라하게 드러난 한국 중산층 가정의 욕망에 대해 말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선 유바바 온천장에서 일하게 된 치히로(千尋)가 이름을 잊어버리고 센(千)이라 불리면서 개인성을 잃어버리는 ‘지배의 원리’를 포착한다.
저자들은 존 포드의 ‘수색자’, 장이머우의 ‘붉은 수수밭’, 우디 앨런의 ‘애니 홀’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 25편을 소개하고 여기에 살을 붙인다. 보지 않은 영화라도 상관없다. 자세한 시놉시스 및 감독 소개와 함께 두 사람의 해석이 곁들여져 영화를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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