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자신의 추모사 쓰며 삶 돌아보는 역발상

입력 2015-04-30 21:20  

한경·교보문고 선정 대학생 권장도서

내 인생의 결산 보고서

그레고어 아이젠하우어 지음 / 배명자 옮김 / 책세상 / 312쪽 / 1만4000원



[ 박상익 기자 ] 사람은 태어나서 많은 죽음을 경험한다. 가족과 친지부터 가까운 친구, 대형 재난에 희생된 이름 모를 사람들의 사망 소식을 접하면서 삶이란 무엇인지 상념에 빠지기도 한다. 《내 인생의 결산 보고서》를 지은 그레고어 아이젠하우어는 독일의 철학자다. 그는 10여년 동안 독일의 한 일간지에 추모 기사를 쓰는 독특한 일을 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사람 대신 평범한 사람들이 대상이다.

그는 유족과 친구들의 인터뷰를 통해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세상을 떠난 사람을 무조건 미화하지 않았고, 반대로 깊은 슬픔에 동화돼 아픔만 기록하지 않았다.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쓰며 산 사람들을 위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 열 가지를 만들었다. ‘스스로 생각할 것인가, 남에게 시킬 것인가’, ‘왜 사는가’, ‘나는 행복한가’, ‘나는 아름다운가’ 등이다.

살면서 한 번은 생각했을 법한 질문이면서 한 便?깊게 고민하지 않았을 주제일 수 있다. 저자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물음들에 답하는 것이 아니라 이 물음들을 당신에게 하나하나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모두는 삶이 제시한 중요한 물음에 스스로 답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 죽음”이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열 가지 질문을 던진 뒤 ‘나의 죽음’을 다룬 추모 기사를 직접 써볼 것을 제안한다. 죽음이 임박해서 삶과 죽음을 생각하기엔 너무 늦다. 언젠가 다가올 내 죽음을 지금 가져와 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이는 앞으로의 인생 계획이나, 죽기 전에 꼭 해야 한다는 ‘버킷 리스트’와 다를 수도 있고,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저자는 내일 당장 죽을 것처럼 최선을 다해 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삶은 우리 스스로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열 가지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은 책 속에 들어 있지 않다. 사람의 삶은 비슷한 듯 모두 다르기 때문에 질문에 대한 답도 각자 얻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고민을 통해 사람은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가 대학 시절이다. 모든 것이 희망에 부풀어 있는 이때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생뚱맞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죽음을 통해 삶을 생각한다’는 역발상이야말로 삶을 더 진지하고 풍요롭게 만들 수도 있다.

김훈기 교보문고 구매팀 차장은 “대학생들이 책에 나온 질문을 생각하며 직접 추모사를 만들다 보면 조금 더 근원적인 답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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