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면역 거부 등 부작용 없어
[ 이준혁/조미현 기자 ] 한국과 미국 연구진이 공동 개발한 배아줄기세포 치료제가 국내에서 실명(失明) 위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성공했다. 1년 넘게 종양 발생, 면역 거부 반응 등 우려했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고, 뚜렷한 시력 개선 효과를 보여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
차병원그룹 차바이오텍은 1일 “송원경 분당차병원 교수팀과 함께 배아줄기세포로 만든 망막질환 치료제를 실명 수준인 환자 4명에게 임상시험한 결과 1년 동안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고, 4명 중 3명은 시력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셀(Cell)’ 자매지인 국제학술지 ‘스템 셀 리포트’ 1일자에 실렸다.
배아줄기세포는 수정란에 있는 원시세포로, 인체 모든 종류의 세포로 자란다. 차바이오텍은 미국 오카타 세러퓨틱스사(옛 ACT사)와 함께 배아줄기세포로 망막질환 치료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후 오카타는 미국, 차바이오텍은 한국에서 각각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배아줄기세포 치료제 중 세계 최초의 임상시험이었다. 오카타는 지난해 10월 18명을 대상으로 한 미국 임상시험이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한국 임상시험도 성공함에 따라 상용화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차바이오텍이 사용한 배아줄기세포 치료제는 난임치료 과정에서 폐기되는 수정란에서 얻은 것으로, ‘망막색소상피세포(RPE)’를 분화시켜 만들었다.
국내 임상시험은 스타가르트병 환자(2명)와 노인성 황반변성 환자(2명) 등 모두 4명의 눈에 환자당 5만개의 배아줄기세포를 주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스타가르트병은 젊은 층이 걸리는 유전성 황반변성증이다. 노인성 황반변성증은 나이가 들면서 시세포(視細胞)를 받치는 망막색소 상피세포가 손상돼 시력이 떨어지고 심하면 실명에 이르는 병이다. 50대 이상 인구 중 1%가 걸리는 질병이지만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송원경 교수는 “이번 임상 1상 시험에서는 안전성 확인만을 위해 최소량만 투여했는데도 시력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며 “줄기세포 용량을 늘리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확인한 시력 개선 효과는 지하철 벽에 있는 역이름 표지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던 사람이 색을 구분하고 글자가 있음을 알게 된 정도”라고 설명했다.
차바이오텍에 따르면 제품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노인성 황반변성증은 2·3상 시험, 희귀병인 스타가르트병의 경우 2상 시험을 더 해야 한다. 차바이오텍 관계자는 “스타가르트병 치료제는 지난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 이르면 2018년쯤 허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환자의 피부세포로 만드는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치료제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차바이오텍 연구진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성인 남성의 피부세포로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얻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같은 방법으로 망막질환 환자의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 치료제로 개발하면 면역 거부 반응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준혁/조미현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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