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치안시스템, 69개국에 전파…FBI와 사이버수사 협력도

입력 2015-05-02 09:05  

지구촌 安心 '치안 한류'

"韓 교통조사 기술 등 배우자"
외국인 경찰 1000명 연수

지난달 치안한류센터 설립
개도국에 치안전문가 파견키로



[ 윤희은 기자 ]
“이 영상을 보세요. 트럭 운전자의 사이드미러에는 바로 옆에 있는 작은 차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사고가 많이 일어납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신당동 도로교통공단 강의실. 14명의 외국인 경찰관이 교통사고 유형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었다. 수시로 손을 들어 질문하기도 하고, 공감 가는 부분에선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달 21일 한국을 찾은 이들은 모두 모국에서 교통경찰로 일하는 경찰관이다. 한국 경찰의 교통조사·관리 기법을 전수받기 위해서다.

방글라데시와 가나, 이라크 등 7개국에서 온 이들은 지난달 14일 문을 연 경찰청 치안한류센터의 지원을 받아 경찰대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프로그램이 한국 경찰의 노하우를 전파해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해외 동포의 안전 보장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치안한류센터 설립해 본격 전파

경찰청은 2005년부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공동으로 진행해온 ‘초청연수사업’을 통해 지난해 말까지 69개국 964명의 외국 경찰관에게 한국 경찰의 시스템과 기술을 전수했다. 하지만 담당교육기관이 경찰대와 경찰연수원, 경찰교육원 등으로 분산돼 체계적인 교육과 사업 확대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설립된 치안한류센터에는 여태수 센터장(경정)과 경감 2명 등 모두 5명이 일하고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진행되는 ‘글로벌교통역량강화과정’에서는 교통사고 분석부터 교통법규 소개, 교통안전관리, 교통 수사기법까지 폭넓게 강의가 이뤄진다. 스리랑카의 총경급 교통경찰관 츌라 디 실바(56)는 “한국은 경찰이 차량과 보행자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안전한 도로환경을 유지하고 있어 인상적”이라며 “강의를 통해 도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사고 유형 등 많은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얻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타미나 타키아(30) 역시 “이전부터 한국의 효율적인 교통안전 시스템이 부러웠다”며 “차와 보행자가 뒤섞여 다니는 방글라데시의 도로도 한국처럼 체계화된 시스템을 적용하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개도국은 물론 미국 FBI도 관심

치안한류센터는 올해 중남미와 중동, 동남아 등 30여개 국가를 대상으로 초청연수사업, 장·단기 전수사업, 치안전문가 파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에는 건당 40억~7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장기 프로젝트도 있다.

여 센터장은 “후발 개발도상국가로 출발해 50년 만에 높은 치안 수준을 갖춘 한국에 관심을 갖는 개도국이 많다”며 “그들 입장에서는 빠르게 치안 관련 시스템을 정비해온 한국의 경험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보다 자신들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청연수사업에는 25개국에서 189명이 참가한다. 사이버수사기법을 비롯해 디지털 포렌식(휴대폰, 컴퓨터 등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수사방법), 범죄현장 인식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전수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2018년까지 ‘필리핀 수사역량 강화사업’을 벌인다. 경찰청이 660만달러(약 70억원)를 들이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필리핀 치안의 안정화를 위해 한국 경찰의 인력과 기술을 투입한다.

해외동포 안전에도 도움

해외 경찰과의 교류는 현지 동포들의 안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경찰청의 판단이다. 치안한류센터가 이달 지원사업을 시작하는 과테말라는 동포가 1만여명에 달하지만 자국민조차 보호하기 쉽지 않은 치안환경에 놓여 있다.

경찰청은 현지 경찰과 협력해 한국인 대상 범죄를 전담 수사하는 ‘코리안데스크’를 필리핀에서 운영하는 등 수십여명의 주재원을 세계 각국에 보내고 있지만 동포들을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여 센터장은 “코리안데스크가 있어도 완벽한 수사가 어려운데 이런 시스템조차 없는 나라는 수사지원 자체를 받기 어렵다”며 “경찰기술 전파는 해당 국가의 경찰이 한국을 더 친근하게 느끼게 하는 것은 물론 현지 동포 수사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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