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훈 기자 ] 메르세데스-벤츠 CLS는 4인승(문짝 4개) 쿠페를 널리 알린 대표주자다. 쿠페는 2003년 CLS 클래스가 등장하기 전까진 2인승 스포츠카에 더 익숙한 이름이었다. CLS는 이러한 전통을 깨면서 장르 파괴자 역할을 했다.
CLS 250 블루텍(BlueTEC)을 시승차로 받고나서 어디서 타야 할지 고민이었다. 고속도로에는 구간단속 카메라가 많고 서울 도심에선 빠른 스피드를 즐길 만한 도로가 많지 않아서다. 그렇다고 8500만원 가격표를 단 이 차를 대충 타고 반납하긴 싫었다.
지난 주말 CLS를 기어코 강원도 산악도로까지 끌고 갔다. 우선은 서울에서 양평을 지나 동해 정동진까지 달렸다. 강릉에선 오대산 가는 방향인 6번 국도 진고개 구간을 넘었다. 이어 속사IC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복귀하는 코스였다. 국도와 고속도로를 이용해 약 500㎞를 주행했다.
시승에 나선 CLS 250은 2143㏄ 4기통 디젤을 얹은 엔트리 차량이다. 최대출력은 204마력으로 평범한 수준이지만 토크 힘(최대 51㎏·m)은 풍성하다. 액셀 페달을 밟으면 초반 가속이 제법 빠르게 붙는다. 직선 주행의 부드러운 엔진 힘은 커브 嚥【??운전자 자세를 꽉 잡아주는 단단한 하체 힘이 일품이다. 여기엔 네 바퀴에 구동력을 모두 배분하는 벤츠의 포매틱(4MATIC) 기술이 더해졌다.
서울로 돌아올 때 해발 900m가 넘는 오대산 진고개 길을 택한 것은 달리기 성능을 강화한 4륜구동 쿠페의 움직임을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전문 카레이서가 아닌 이상 각도 큰 선회구간에서 빠른 속도를 내긴 어렵지만, 산악 고갯길에서도 시속 100㎞까진 속도를 올려도 운전이 무섭다는 느낌이 없다. 차체 전고가 일반 승용보다 낮고 서스펜션이 단단해 무게 중심이 아래로 내려앉아서다.
고성능을 내는 쿠페형 세단인데 장거리 주행의 연료 효율은 놀라울 정도다. 500㎞ 주행을 마치고 계기판 연료 소모량을 확인했더니 ℓ당 15.9㎞를 달렸다고 표시된다. 복합 연비 14.3㎞/ℓ를 뛰어넘었다. 낮 기온이 20도 이상 오른 탓에 에어컨을 가동했고 가속 페달을 자주 거칠게 밟았는데도 높은 수치다.
벤츠의 친환경 기술인 '블루텍' 시스템 덕택이다. 스포츠 주행 후에도 시동을 끄고 다시 켜면 차가 알아서 주행 모드를 에코(Eco)로 재설정해 연료 소모를 줄여준다. 에코 모드가 작동하면 엔진의 고회전을 가급적 줄여준다. 급가속 시 엔진회전수 4000rpm을 넘지 않고도 시속 100㎞에 가볍에 도달하게 한다.
에코에서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배기음은 커지면서 움직임은 더욱 민첩해진다. 두 가지 주행모드의 변화가 크다. 변속기는 7단까지 지원하지만 80㎞ 안팎의 국도 주행에서는 5단이면 충분하다. 운전 중에도 핸들 뒤에 있는 패들시프트를 손쉽게 조작 가능해 스포츠세단의 개성을 뽐낸다.
CLS는 경제력을 갖춘 40~50대 중년 남성들이 멋을 내고 호사를 부리기 좋은 차다. 몸매가 잘빠진 쿠페형 세단이어서 외관은 남의 시선을 끌기 좋다. 전방 그릴에서부터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부드러운 곡선 디자인은 '동생' CLA를 탄생하게 한 배경이 된다.
지난해 말 벤츠코리아는 2세대 CLS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네바퀴 굴림 기술을 탑재해 주행 성능을 보강하고 충돌방지 경보기능 같은 안전사양도 더해졌다.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수입차의 고질적인 문제인 내비게이션 조작은 역시 불편하다. 주소 인식은 잘 됐어도 지명 검색은 안내를 못했다. 운전석 센터페시아 자리는 불필요한 전화기 형태의 버튼이 많아 깔끔해 보이지 않는다. 뭐든 단순한 게 좋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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