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정개혁 노력 '발목'
[ 김주완 기자 ] 경제성이 없어 적자가 예상되는 데도 추진이 확정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규모가 최근 5년간 3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과 지방 정부가 지역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경제성에 대한 고려 없이 시행하려는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세수 부족으로 세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경제성 평가(B/C·비용 대비 편익)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의 최종 종합평가(AHP)를 통과한 사업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67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 규모로 따지면 34조1993억원에 달한다.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지원이 300억원 이상인 SOC 사업은 KDI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야 시행이 가능하다.
건설사업의 경우 경제성에 가장 많은 40~50% 배점을 주고 정책성 25~35%, 지역균형 발전 20~30% 순으로 점수를 줘 평가한다. 경제성 평가에서 합격 기준인 1점 미만이 나와 손실 가능성이 크더라도 다른 항목 배점이 높으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할 수 있는 평가 구조다. 여기서 발생한 손실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겨우 통과한 SOC 사업의 대부분은 지역구 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정치 논리로 밀어붙여 무리하게 추진한 사업들이다.
올해 15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 사업의 경우 경제성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하지만 2011년 예비타당성 조사 최종평가에서는 합격 기준점수(0.5)보다 0.001점을 더 받아 턱걸이로 통과했다. 당시 해당 지역의 지역구 의원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자신이 중앙정부를 설득해 얻어낸 성과라고 밝혔다.
올해 1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신답교~경주시계 고속도로’ 사업도 2013년 경제성이 없다고 분석됐지만 최종평가에서는 0.504점을 받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해당 지역의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1월 보도자료를 통해 “예산당국을 설득해 얻은 쾌거”라고 자화자찬했던 사업이다.
한번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SOC 사업은 재검토가 쉽지 않다. 기재부 관계자는 “관련 법상 총사업비가 20% 이상 증가하거나 수요 예측치가 30% 이상 감소한 경우에만 재조사를 할 수 있다”며 “그런 경우가 아니면 사실상 재정 투입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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