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내 증시는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둔해지며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들은 지난달에만 4조원 넘는 주식을 사들이며 국내 증시 상승을 견인해왔지만 코스피지수가 주가수익비율(PER) 11배에 도달한만큼 차익 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원화 강세가 계속되고 있는 점도 외국인에겐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 약해지는 외국인 매수…환율도 부담
지난 주 코스피지수는 주간 기준으로 1.2% 하락했다. 주 초반에는 투신권의 환매 매물 유입으로 약세 흐름이 지속됐고 중반 들어서는 원·엔 환율이 100엔당 900원을 밑돌면서 지수 발목을 잡았다.
주 후반에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발표를 앞두고 관망세가 나타났다.
연초 이후 국내 증시에서 7조원의 누적 순매수를 기록한 외국인은 최근 들어 매수 강도가 눈에 띄게 약해졌다.
지난달 28일 16일 만에 매수에서 매도로 돌아선 뒤 이튿날에도 매도를 이이어갔다.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다시 매수로 전환했지만 규모는 708억원으로 크지 않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통상 달러·유로 환산(달러와 유로화를 1:1 비율로 합성) 코스피 기준 15% 이상의 수익률을 거뒀을 때 차익 실현을 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추가 매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번 외국인 매수 구간에서 지수 상승률이 15%에 근접했기 때문에 이미 차익 실현에 나설 수 있는 단계라는 설명이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외국인이 차익 실현에 나섰던 상황을 감안하면 현 단계에서 이들의 추가 매수 여력은 제한적"이라며 "더욱이 원화 강세 전환이 수출 기업 중심의 한국 증시 상승 여력에 의구심을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1070원대로 내려와 1100원대 이상 진입할 당시와 비교해 환차익 매력도 감소했다"며 "원·엔 환율은 900원대를 위협하고 있어 외국인 입장에서는 일본 기업 대비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걱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선진국 증시의 상승 탄력이 둔화된데다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의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라며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수 강도는 둔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그리스 불확실성 여전…실적 모멘텀 기대
글로벌 증시의 아킬레스건인 그리스 사태도 외국인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만한 요인이다.
지난 달 유럽 재무장관회의에서 그리스의 경제개혁안 협상 불발에 따른 지원금 집행 지연으로 현금이 고갈되자 그리스 정부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그리스 국가신용등급을 강등(Caa1=> Caa2)하는 등 채권단과의 합의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이주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리자 정부의 입장이 여전히 강경하다는 점에서 그리스 사태는 당분간 국내외 증시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외국인 매수 강도 둔화 속에 증시가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국내 증시의 상승세 자체가 꺾인다거나 외국인 수급 방향성이 바뀌는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국내 기업의 실적 모멘텀(상승 동력)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지속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차익 매물 소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조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조정 과정을 2분기 실적 개선 종묵군에 대한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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