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더 줄어든 '불황형 흑자'…엔저로 수출전선 '경고음'

입력 2015-05-04 10:05  

경상수지 흑자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지만 '불황형 흑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출이 늘어난 흑자가 아니라 수출과 수입이 동반 감소하는 가운데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데 따른 흑자 기조이기 때문이다.

올 3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103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월간 실적으로 따지면 작년 11월의 113억2000만 달러, 2013년 10월 111억1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3번째로 큰 규모다.

37개월째 흑자행진 기록을 쌓은 3월의 흑자 규모는 작년 같은 달보다 42%가량 늘었고 2월보다는 39억5000만달러나 많은 수준이다.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8.4% 줄었는데 수입은 16.8% 감소해 수입 감소율이 수입의 2배에 달했다.

수출이 많이 늘어 흑자를 낸 게 아니라 수입이 수출보다 많이 줄어서 이익이 났다는 얘기다.

수출은 올해 들어 계속 전년 대비 감소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통관기준으로 올 1분기에만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 줄었다.

전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수입과 수출금액 자체가 줄었고 최근엔 자동차와 가전, 디스플레이패널 등 주력 수출 품목의 수출도 감소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수출입동향에선 수출액뿐만 아니라 물량까지 감소했다.

단순한 단가하락의 영향으로 볼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4월엔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경기 회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미국에 대한 수출이 올 들어 처음으로 감소세(-2.7%)로 돌아섰다는 것은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내면 달러가 들어오는 것이므로 원화는 가치가 상승한다.

이는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수출이 타격받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게 된다.

최근엔 수출이 타격을 받고 수입이 늘면서 다시 달러가 유출돼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균형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아 수입 감소폭이 더 커지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경상흑자 규모가 커지고 외국인투자자들의 증권투자자금 유입도 이어지면서 원화 강세 추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2.8% 절상돼 세계 32개국 중에 대만 달러와 스위스프랑에 이어 상승률이 3번째로 높았다.

반면에 엔화는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일본 정부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힘입어 달러 대비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어서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기업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원·엔 재정환율이 7년 2개월 만에 100엔당 900원 선 밑으로 떨어진 이후에도 엔저(원화 강세) 현상은 추세 전환 없이 여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 외환 당국이 대응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미국 재무부가 한국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경고하는 등 다른 나라의 견제와 감시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수출도 나쁘고 수입도 안 좋아 전체 수출입규모가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환율까지 나쁘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상당히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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