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 "머리에 쓰고 버튼만 누르면 뇌 질환 완화 효과"

입력 2015-05-06 21:33   수정 2016-03-10 16:23

헬스케어 스타트업

세계 첫 웨어러블 치매 의료기기
전기 신호가 뇌세포 자극…200명 대상 국내 임상 중
"세상에 꼭 필요한 기술"…벤처캐피털 설득해 투자받아



[ 조미현 기자 ]
‘우리가 배운 공부가 세상에 도움이 될 수는 없을까?’

KAIST에서 석·박사를 함께 마친 세 친구가 머리를 맞댔다. 신소재공학, 뇌공학, 전산학을 각각 전공한 이들은 ‘많은 사람에게 필요하지만 어려워서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의미있는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개발한 제품이 치매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웨어러블(착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 ‘와이밴드’다. 2012년 시제품을 만든 세 사람은 이듬해 와이브레인이라는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차렸다.

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32)는 “현재 삼성서울병원 등에서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와이밴드 임상을 진행 중”이라며 “내년 상반기께 제품이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와이밴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되고 있는 웨어러블 치매 완화 의료 기기다. 치매는 뇌세포가 죽거나 활동이 줄어들면서 생긴다. 와이밴드는 뇌에 미세한 전기적 신호를 줘서 세포와 세포 사이의 연결을 강화해 치매 증상을 완화한다. 이마에 두르는 머리띠처럼 생긴 와이밴드는 밴드 안쪽에 전기 자극을 전달하는 하이드로젤이라는 신소재를 썼다. 치매 환자가 가정에서 머리에 쓰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될 정도로 간편하다. 매일 30분씩 사용하면 된다. 이 대표는 “처음부터 쉽고 간편한 기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며 “환자가 거꾸로 착용하거나 삐뚤게 착용했을 때 알람을 울리는 등 착용 상태까지 인지하는 기술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와이브레인은 국내외에 15건의 특허를 등록하고 31건을 출원했다.

기술을 개발하고 회사도 차렸지만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해야 하는 임상시험은 신생기업에는 큰 부담이었다. 의료기기를 허가받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무조건 해야 한다.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이 들기 때문에 감당하기가 어렵다. 이 대표는 “벤처캐피털에 세상에 꼭 필요한 기술이라는 것을 설득했다”며 “지금까지 스톤브릿지캐피탈, DSC인베스트먼트 등에서 42억원을 투자받았다”고 말했다. 와이브레인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9억원의 정책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국내 정보기술(IT) 분야 신생기업은 많지만 헬스케어는 드물다. IT에 비해 개발 기간이 길고 자금도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격의료를 금지하고 모바일 의료기기에 대한 규제가 많은 탓에 젊은이들이 창업에 뛰어들기 어려운 실정이다. 함께 창업한 두 사람은 결국 연구를 더 하겠다며 학교로 돌아갔다. 이 대표는 “많은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는 기기를 만든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직원 25명 중에 의사 간호사 등 전문직을 하다가 뜻을 함께해 합류한 직원들도 있다”고 소개했다. 대기업에 인수합병(M&A)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은 와이밴드를 저렴한 가격에 많은 사람이 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며 말을 아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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