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올리는 투명경영] 투명하게, 자신있게…기업들 '비정상의 정상화' 속도

입력 2015-05-07 07:10  

삼성, 순환출자 고리 30개→10개
현대車, 투명경영委로 주주 보호
SK '옥상옥 지배구조' 청산키로
LG, 2003년 대기업 첫 지주사 전환



[ 주용석 기자 ]
투명 경영이 또다시 재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주요 대기업이 잇달아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27일 국내 상장사 중 처음으로 이사회 내에 투명경영위원회라는 주주 권익 보호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사외이사만 참여하는 이 기구는 인수합병(M&A), 자산 취득 등 기업 가치에 큰 영향을 주는 상황이 생길 때 주주 권익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는다. 작년 10월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입찰이 위원회 설치의 계기가 됐다. 현대차가 부지 낙찰가로 10조원 넘는 거액을 써낸 데 대해 논란이 일자 주주 권익 차원에서 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은 2013년 말부터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당시 30개에 달하던 그룹 내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계열사 지분 1% 이상 기준)를 작년 12월 말까지 10개로 줄였다. 남은 순환출자 고리도 앞으로 모두 끊어낼 방침이다. 제일모직의 대주주 주식 매각 제한(보호예수) 기간이 풀리는 오는 6월 중순 이후 순환출자 고리 정리 작업에 다시 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기·SDI·물산이 제일모직 지분을 팔면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가 대부분 끊어진다.

삼성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경제 민주화 바람을 타고 대기업의 순환출자가 도마에 오르자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해 2~3년 내 이를 모두 정리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는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삼성은 계열사나 임원을 평가할 때 준법지수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예컨대 임원 평가 때 담당 부서가 준법 프로그램에 참여하는지 평가하고 자발적 준법 경영에 대해선 가산점을 부여한다.

SK그룹은 최근 최태원 회장이 최대주주인 SK C&C와 지주사인 SK(주)를 합병하기로 했다. 최 회장이 최대주주인 회사가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비정상적 구조를 없애기로 한 것이다. SK그룹은 SK(주)가 지주사다. 그런데 이 지주사의 대주주가 SK C&C여서 ‘옥상옥(屋上屋)식 지배구조’란 비판을 받았다.

LG는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지주사 체제를 구축했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03년 일이다. 당시 구본무 회장은 외환위기 때 계열사 간 복잡한 출자로 한 계열사의 위기가 다른 계열사로 넘어가는 것을 보며 지배구조에 대해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LG는 2013년부터 협력사로부터 경·조사 관련 금품을 받는 것도 금지했다. 경·조사가 협력사에 알려지지 茄돈?사내 게시판에서 임원들의 경·조사 공지도 없앴을 정도다.

대기업들이 이처럼 투명 경영에 속도를 내는 것은 결국 ‘투명 경영을 해야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으로 기업에 대한 사회적 평판이 나빠지면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업 가치도 결국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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