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빨대족’에 ‘이케아(IKEA)세대’, ‘7포세대’까지. 채용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각종 신조어가 생겼다. ‘5포세대’, ‘NG(No Graduation·졸업유예)족’ 등의 말이 입에 붙기 무섭게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힘들어 하는 구직자와 취업준비생들의 심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모두 7일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www.saramin.co.kr) 대표 이정근)이 공개한 ‘2015년 채용 시장 신조어’에 등장한 단어들이다.
◆ "부모님 죄송합니다" 빨대족
극심한 취업난으로 구직자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 30대 나이에도 경제적 독립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에게 기대어 살아가거나, 부모의 노후 자금까지 자기 돈처럼 사용하는 자녀를 비꼬아 ‘빨대족’이라고 부른다. 부모에게 빨대를 꽂아 등골을 빼먹고 있다는 자조적 표현으로도 읽힌다. 실제로 사람인 설문을 보면 구직자 절반(48.4%)이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구직활동을 하고 있었다.
◆ 고스펙 저임금 '이케아세대'
뛰어난 스펙을 갖췄지만 낮은 급여와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를 가리키는 말. 실용적이고 세련됐지만 저렴한 가격의 가구브랜드 이케아에 빗대어 표현했다. 각종 자격증과 어학연수, 인턴 경험 등을 보유해 ‘유사 이래 최고 스펙’을 갖고 있다는 요즘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열정 페이(열정으로 포장된 낮은 급여)를 받으면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 5포세대? 이제는 7포세대!
시작은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세대였다. 여기에 내 집 마련,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5포세대가 등장했다. 사람인 설문을 보면 2030세대 10명 중 6명(57.6%)은 이 다섯 가지 중 하나 이상을 포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엔 7포세대로 가짓수가 더 늘었다. 앞서 열거한 다섯 가지에 취업과 희망까지 포기한 세대란 의미다. 갈수록 짙어지는 청년 세대의 어려움을 드러낸 씁쓸한 업그레이드다.
◆ 초월이냐 포기냐 '달관세대'
달관세대는 일본의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사토리 세대’에서 비롯된 말이다. 욕심 없이 현재에 만족하며 삶을 살아가는 세대를 뜻한다. 절망적 미래를 걱정하는 대신 현재를 행복하게 사는 게 낫다는 것이다. 마치 인생을 초월한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심각한 청년 실업으로 좌절해 희망도 의욕도 없이 무기력해진 젊은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 '취업깡패' 전화기(電化機)
‘취업깡패’는 다른 학과보다 취업이 잘 되는 학과를 일컫는 표현. 이전엔 경영학과가 취업 시장에서 각광을 받았는데 최근 수년간 공대생 파워가 강해졌다. 주요 대기업이 이공계 출신 채용 비율을 높이거나 우대하기 때문이다. 공대생 중에서도 일명 ‘전화기(전자·화공·기계)’ 전공자가 대세로 꼽힌다. ‘인구론(인문계 90%는 논다)’이라 불리는 문사철(문학·사학·철학) 전공자와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 몇 학번이에요? '화석선배'
취업 전까지 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졸업을 미루는 NG족이 늘면서 생긴 말이다. 대학을 오래 다니고 있는 고학번 선배들이 화석에 비유된다. 신입생 눈에는 이들 고학번이 오래된 조상처럼 느껴진다는 의미다. 삼엽충이나 시조새, 고려청자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취업이 어려워 졸업 못하고 학교 다니는 것도 서러운데 후배들 눈치까지 받는 셈이다.
◆ 스펙초월? …'취업 9종세트'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2030 정책참여단 스펙조사팀’은 취업을 위해 쌓는 스펙이 9종까지 늘어났다고 밝혔다. 기존 5종 세트는 학벌, 학점, 토익(TOEIC), 어학 연수, 자격증었다. 공모전 입상과 인턴 경력이 더해져 7종 세트로 늘어나더니 이번엔 사회봉사, 성형수술까지 더해져 9종 세트가 됐다. 스펙을 안 보고 뽑겠다는 ‘스펙 초월 채용’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신입사원 지원자 이력서를 분석해 보면 공인영어 성적과 자격증 소지자는 오히려 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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