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메모리 반도체 강화' 위협 뚫고 종합 반도체 1위 기업 염원
시스템 반도체 강화 이어 신규 양산기술 시험 전초기지
[ 김민성 기자 ] 7일 오전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평택 고덕 국제화계획지구 산업단지 기공식장 앞은 터밟기 행사가 한창이었다.
오전 11시 기공식에 앞선 농악대와 풍물패의 지신밟기 행사였다. 새로운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집터에 머무르는 지신(地神)을 달래고, 집에 들어올 액운을 제거하고 복을 불러들이는 의미였다.
전통 제의인 터밟기로 기원을 올릴만큼 평택 반도체 공장 건설은 삼성전자의 안팎으로 그 의미가 남다랐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 후 외부 행사 첫 일정으로 삼성의 기공식장을 찾아 무게를 실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15조6000억원의 천문학적 투자금을 평택에 쏟아붓는 이유는 '전자산업의 쌀'로 불려온 반도체 분야의 성장성과 사업성 때문이다. 특히 정보기술(IT)의 폭발적인 발전 시대와 맞물려 반도체 사용 범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어지고 있다.
시장 급팽창과 맞물려 삼성전자는 세계 1위 종합 반도체 회사로 명실상부하게 자리잡는다는 목표다. 지난 22년 간 꾸준히 메모리 반도체 분야 1위를 달성한 데 이어 비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는 전초기지로 평택을 택했다.
반도체 시장에서 시스템 반도체는 8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삼성전자가 이를 잡지 않고는 반도체 세계 최강이 될 수 없다. 게다가 최근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메모리 반도체 사업 강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도 최대위협 요소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분야 기술력이 월등히 앞서지만 중국이 강력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자국 메모리 생산량을 늘려갈 경우 삼성전자의 메모리 분야 수익성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모바일, 서버 시장의 리더십을 한층 강화하고 차세대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시스템 반도체 시장까지 선점할 임무를 평택이 부여받은 것이다. 다행히 삼성전자는 최근 신작 스마트폰 갤럭시S6에는 자사가 개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을 처음 전량 탑재하는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도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 수요 증가 덕에 최근 반도체 시장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스마트홈을 포함한 IoT 및 로봇 분야 등도 빠르게 성장해 반도체는 더 다양한 전자 제품 및 사물 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 및 웨어러블 기기 등 첨단 스마트 융합제품의 핵심 부품도 시스템 반도체 기반의 센서들이다.
평택 반도체 최첨단 라인은 이같은 시스템 반도체 양산 기술 혁신의 시험장이 될 전망이다. 반도체 사업은 첨단 양산기술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첨단 공정기술이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 미래 반도체 사업에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데 평택 단지의 역할이 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행사에 참석한 박 대통령도 이례적으로 시스템 반도체를 콕짚어 사업력 강화를 주문한 것도 이 같은 기대였다.
먼저 박 대통령은 "처음 우리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도전했을 때 기술 후진국인 한국은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며 "하지만 힘을 합쳐서 새로운 시장에 뛰어든 결과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생산 국가가 됐다"고 칭찬했다.
이어 "시스템 반도체는 사물인터넷 및 자율주행차 등 핵심 부품이며, 메모리에 비해 시장도 크고 확대 속도도 빠르다"며 "정부는 시스템 반도체처럼 고부가가치 첨단분야를 창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철폐해 시장 조지 진입을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업이 도전 정신으로 고부가가치를 지닌 신산업에 진출해야 경제가 살아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정부의 요구가 읽힌다. 글로벌 위기 속에서도 삼성전자가 과감한 투자를 통해 지역과 젊은 층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부분을 높이 평가한 셈이다.
청와대는 이날 박 대통령의 기공식 방문 배경에 대해 "기업의 투자를 적극 촉진하고, 경제활성화를 위한 행보를 가속화해 나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이미 국내·외에 8개 대단위 반도체 설비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국내 대표 공장은 경기도 기흥 및 화성사업장이다. 1983년 준공된 기흥사업장은 약 43만 평 규모로 LSI 및 LED 등을 생산한다.
2000년에 완성한 화성사업장은 약 48만 평. 새로 지을 평택 사업장의 절반 규모이지만 현존 삼성 반도체 설비 중 최대 규모다. 기흥과 화성에서는 주로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등을 양산하고 있다.
1996년부터 미국 오스틴에서는 LSI(시스템) 반도체를, 2012년 가동을 시작한 중국 시안사업장에서는 낸드 플래시를 양산하고 있다.
평택=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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