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심기 특파원)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라스카주의 인구 34만 중소도시인 오마하에 중국인 수천명이 몰려들었습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벅셔해서웨이(이하 벅셔)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한 인파들입니다.
이중에는 주당 21만달러, 한국 돈으로 2억원이 넘는 벅셔의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들도 있지만 주총 시기에 맞춰 태평양을 건너 ‘버핏 테마여행’을 온 중국인들도 상당수였습니다. 개인 재산이 712억 달러(한화 약 77조원)에 달하는, 미국에서 두번째 부자인 버핏의 자취를 느끼기 위해서랍니다.
이들은 주주총회 부대행사로 열린 ‘쇼핑의 날’에 참가해 버핏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 등 기념품을 싹쓸이하고, 주총장에서 차로 20분 가량 떨어진 버핏의 집으로 몰려가서 인증샷을 찍는가 하면, 벅셔의 본사가 있는 건물의 1층 로비까지 들어가서 이곳저곳을 둘러보곤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점심에는 벅셔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패스트푸트 체인점 데어리 퀸(Dairy Queen)에서 햄버거와 치킨, 감자튀김을 먹고, 저녁에는 버핏이 자주 가는 90년 전통의 스테이크 전문점 ‘피콜로 피트’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한 마디로 버핏의 일과를 그대로 옮긴 ‘순례자 코스’를 따라한 셈입니다. 주총 당일에도 제일 앞줄에서 버핏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자리를 잡기 위해 새벽부터 나와 주총장 입구에 줄을 서기도 했다.
이중에는 대학생처럼 보이는 20대 초반이 젊은이들도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중 베이징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대학생은 “버핏의 ‘기운’을 받기 위해서 친구들과 같이 왔다”고 말했습니다. 버핏 자택 앞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가이드는 “벅셔 주총 패키지가 중국에서 꽤 인기가 높다”며 “상하이 등지에 있는 투자회사들이 거액을 맡긴 개인투자자를 ‘모시고’ 온 경우도 꽤 있다”고 말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올해 벅셔 주총장을 찾은 중국인 숫자가 지난해의 2배인 4000명에 달한다고 전했습니다. 주총에 참석한 주주 4만여명의 약 10%입니다. FT는 이같은 ‘버핏 따라하기’가 중국에서 불고 있는 개인들의 해외투자 열풍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HSBC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만 중국에서 해외로 유출된 자본은 3300억달러에 이릅니다.
버핏의 자택 앞에서 만난 한 중국인은 “정확히 50년 전에 중국은 문화혁명을 시작하면서 극단적 사회주의로 돌아갈 당시 버핏은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투자회사 벅셔해서웨를 설립했다”며 묻지도 않은 얘기를 꺼내더군요. “혹시 벅셔의 주주냐?”고 물었더니 “아직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가는 반드시 주주가 돼 벅셔 주총에 참석할 것”이라는 대답이 돌와왔습니다.
/sglee@hankyung.co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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