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이젠 잡을 수 없는…어머니 치맛자락을 그리워하며

입력 2015-05-07 21:03  

그리운 어머니 사랑합니다
이만의·김종천 엮음 / 스타북스 / 320쪽 / 2만원



[ 김보영 기자 ]
곁에 있을 적에는 정성이 담긴 그 마음을 모른다. 투정만 부리고,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다. 진심 어린 노모의 걱정은 죄다 잔소리 같다. 당신이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나실 때에야 조용히 가슴이 에여오기 시작한다. 연정과는 격이 다른 어머니의 사랑을 그제야 조금씩 깨달아간다.

《그리운 어머니 사랑합니다》는 신달자, 김남조, 유안진, 오세영 등 시인과 송하진 전북지사, 이규형 전 주중대사, 김영환 국회의원 등 시를 써온 명사 63명이 어머니에 대해 쓴 글을 엮은 에세이집이다. 어머니에 얽힌 추억을 회고하며 쓴 짤막한 글에 직접 지은 시를 곁들였다.

어머니의 모습은 가정마다 다르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같다. 시인과 명사들이 절절한 그리움을 담아 쓴 에세이 속에서 언뜻언뜻 비치는 ‘내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딸들은 종종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는 얘기를 한다. ‘엄마처럼’ 뒤에는 ‘바보같이’ ‘답답하게’ 등 대못을 박는 수식어가 뒤따라온다. 딸들 눈에는 희생과 인내가 익숙해진 어머니의 인생이 어리숙해 보이곤 한다.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보며 불만을 느낀다.

시인 신달자도 중학생 때부터 어머니를 싫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교양이 없고 무식해 보였고 같은 여자로서 보기가 흉했던” 어머니의 모든 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엄마는 가능한 한 예쁜 그릇에 음식을 담으려고 했고, 예쁜 옷을 좋아했으며, 이불자락 하나에도 수를 놓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미우면 그런 것까지 다 미운 것이다.”

미우면 별스러운 것까지 맘에 안 드는 법이다. 하지만 누구든 어머니를 다시 보는 시기는 반드시 온다. 다만 너무 늦었을 때라는 점이 서러울 따름이다. “딸들이 다 성장하여 가정을 구성하고 살아갈 때쯤, 대개 엄마는 죽는다. 딸들이 진정으로 엄마를 보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이라고 경험자들은 말한다. 참으로 서러운 모순이지, 살았을 때 서로 윽박지르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고 증오까지 했던 엄마가 숨을 탁 거두면 그때부터 엄마의 인생이 진심으로 보이면서 딸들은 후회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바쁜 척을 했던 것도 후회스럽다. 시인 유안진의 어머니는 ‘자식 농사’에 성공한 어머니로 알려졌다. 슬하에 박사가 넷이나 된다는 부러움을 받곤 했던 어머니지만, 유안진 시인은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것에 통탄한다. “그 가슴의 피멍을 함께 울고 같이 아파할 수 있었다면 박사 학위 백 개보다도 어머님께는 더 좋은 딸들이 아니었을까.”

일제시대 일본에서 대학까지 나온 신식 여성(국효문)이든 학교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고 겨우 한글을 터득한 분(심상운)이든 자식을 사랑하고 바른길로 인도하려는 어머니의 마음은 매한가지다. 시인 심상운은 6·25전쟁 당시 소년병의 다리 상처를 씻어주던 어머니를 잊지 못한다. 그는 늘 바르고 꿋꿋하게 살고자 노력했던 어머니의 정신이 시집에 오롯이 담겼다고 했다. 국효문 시인에게 어머니는 ‘인생의 형성자’였다. 그는 어린 시절 직접 시 쓰기를 가르쳐줬던 어머니를 추억하며 사모곡을 적었다. “어렸을 적/ 어머니의 치마를 잡으면/ 파아란 하늘이었습니다/ 어디를 가시든지/ 어머니의 치마폭을 잡고/ 따라다닐 때면/ 세상은 언제나 푸른 하늘이었습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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