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차 정보수령자도 과징금 내야
금리·외환정책 등 정보 유출한
공무원·기자도 처벌 대상
해킹·절취 통해 얻은 정보도 규제
[ 하수정 기자 ]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한 바이오사는 신약 개발 성공에 임박해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기자를 불러 엠바고(보도시점 유예)를 걸고 미공개 사전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애널리스트는 펀드매니저에게 주식을 매입하도록 했고, 펀드매니저는 매매 사실을 평소 특별 관리하던 고객에게 알렸다. 또 기자는 친한 친구에게 귀띔해 친구 역시 주식을 샀다. 이 회사 주가는 신약 개발을 발표하기도 전에 급등세를 탔다.
오는 7월1일부터 이처럼 미공개 정보를 유포·이용하는 모든 사람이 ‘시장질서 교란행위자’에 해당돼 처벌받을 수 있다. 현재는 미공개 정보를 유출한 애널리스트, 기자(1차 정보수령자)만 처벌 대상이지만 앞으로는 펀드매니저와 기자 친구 등 2차, 3차 정보수령자도 과징금을 물게 된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7일 한국거래소에서 공동 설명회를 열어 ‘시장질서 교란행위 규제’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는 규제 대상자를 회사 내부자와 1차 정보수령자에서 2차, 3차 등 다차 정보수령자로 확대했다. 지난해 CJ E&M과 NHN엔터테인먼트의 실적 사전 유출사건에서 회사 담당자와 애널리스트만 처벌 대상에 포함되고 실제 매매차익을 얻은 펀드매니저는 빠졌지만, 앞으로는 모두 제재 대상이 된다.
미공개 정보 범위도 넓어졌다. 현재는 회사 내부 정보 이용만 금지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정책, 판결, 언론 정보 등이 모두 미공개 정보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예컨대 금융투자상품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금리·외환정책뿐 아니라 무역수지 상황 등 경제정책 방향과 관련한 정보도 해당 공무원, 연구원, 기자 등이 유출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기관투자가 주문정보 등 시장 정보도 미공개 정보 유출 과징금 대상에 포함됐다.
기존엔 미공개 정보를 ‘직무와 관련해’ 취득한 경우만 처벌했지만 해킹이나 절취, 협박 등 부정한 방법으로 정보를 알게 된 경우도 규제 대상이 된다. 청소용역 직원이 청소를 하다가 주운 서류를 보고 회사에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주식을 매입해도 제재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시장질서 교란행위 규제 적용은 ‘행위가 일어난 시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최근 미공개 정보로 기관투자가 공매도 혐의가 제기된 내츄럴엔도텍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질서 교란행위자는 그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의 최대 1.5배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과징금 상한선은 없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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