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동기 정혁서·배승연…영국 유학하며 알바 전전
대회상금 모아 브랜드 차려…佛·英 백화점에 입점 호평
[ 김선주 기자 ]
부부 디자이너인 정혁서(38·왼쪽)·배승연(37·오른쪽) 씨는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반가운 전갈을 받았다. 이들이 만든 패션 브랜드 스티브J&요니P, SJYP가 오는 8월 영국 하비니콜스와 리버티백화점에 입점한다는 소식이었다. 스티브J&요니P는 2006년, SJYP는 지난해 출범한 신생 브랜드여서 이 뉴스는 패션가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프랑스 봉마르셰, 영국 셀프리지스 등 유럽 백화점과 프랑스 콜레트, 이탈리아 루이자비아로마, 미국 오프닝세리머니 등 유명 편집매장에 진출한 데 이어 괄목할 만한 성과였기 때문이다.
SK네트웍스는 7일 스티브J&요니P와 SJYP 인수를 발표했다.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가운데)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볼 때 SK네트웍스의 노하우와 결합하면 이른 시일 안에 글로벌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정·배 디자이너는 SK네트웍스와 별도 계약을 맺고 컨설턴트 겸 수석디자이너로 일한다. 양측은 인수가격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받는 방식인 것으로 전해진다.
SK네트웍스는 연 50억원 수준인 이들 브랜드의 매출을 2018년까지 1000억원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회사는 2007년에도 부부 디자이너 강진영·윤한희 씨의 오브제·오즈세컨을 인수해 당시 400억원이던 매출을 2000억원대로 키웠다. 특히 오즈세컨을 미국 바니스뉴욕백화점에 입점시키는 등 북미 시장 유통망을 확보하는 데 강점을 보여왔다.
이번 계약으로 SK네트웍스라는 든든한 날개를 단 두 디자이너의 성공기도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한성대 의상학과 96학번 동기로 2003년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정씨는 센트럴세인트마틴스예술대학(CSM), 배씨는 런던패션대학(LCF)에서 공부했다. 두 사람의 유학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갖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턱없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빈민촌이었던 이스트런던의 작은 마구간을 개조해 숙소 겸 작업실로 사용하기도 했다.
패션대회에 나가 탄 상금이 돌파구가 됐다. 정씨는 한국인 최초로 CSM을 수석으로 졸업했고, 유럽 예술대학들의 수석 졸업자가 겨루는 벨기에패션위크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그때 받은 상금 2000만원을 바탕으로 2006년 영국에서 스티브J&요니P를 론칭했다. 2008년 세계 4대 패션위크인 런던패션위크에 데뷔할 수 있었던 경제적인 기반도 상금이 10만달러(약 1억원)인 제일모직의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마련했다.
정씨는 “고생 끝에 세상에 선보인 브랜드지만 SK네트웍스라면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의 진화’라는 꿈을 위해 함께 달려갈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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