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성 총장의 발언이 무색하게 됐다. 서울대 학생들의 집단 부정행위(커닝)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치러진 중간고사에서 발생한 집단 커닝이 뒤늦게 논란이 됐다.
8일 서울대에 따르면 최근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250여명이 응시한 ‘성의 철학과 성 윤리’ 시험에서 집단 커닝 장면을 목격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과목 강사는 부정행위자에 한해 재시험을 치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익명성을 보장할 테니 커닝한 학생들은 부정행위 하지 않은 내용만 답안지에 적어 다시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기본적 양심의 문제였다. 하필 윤리 과목이기도 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던 것일까. 서울대의 공식 입장은 짤막했다. “철저히 조사해 (해당 학생들을) 엄중 문책하겠다”고만 했다.
이번 집단 커닝 사태와 대비되는 학교가 있다. 경북 포항의 한동대다. 개교 20년 남짓 된 이 소규모 대학은 개교 당시부터 무(無)감독 시험을 실시해 왔다.
방청록 한동대 교무처장은 “학생들이 정직성을 강조하며 무감독 시험을 치러왔다. 학교가 강제한 게 아니라 학생들이 먼저 제안했고 자체적으로 지키고 있어 가능한 제도”라며 “혹시 부정행위가 있을까봐 교수들도 걱정했는데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다. 학생들 스스로 명예로 생각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차이점은 뭘까. 한동대는 절대평가가 기본 방침이다. 국내 최고 학부인 서울대 학생들이 커닝의 유혹에 빠진 건 경쟁 논리에 매몰된 영향이 클 것이다.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남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상대평가의 틀, 입시경쟁과 취업난이 그들을 더욱 각박하게 만들었을 터이다.
다만 방 처장은 절대평가와 무감독 시험을 곧바로 연결 짓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교수 재량에 따라 상당수 상대평가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진짜 핵심은 학생들의 자긍심이다. 양심을 지킨다는 자긍심이 감독 없는 시험에도 커닝하지 않게 만들었다. 학내에선 무감독 시험을 ‘양심 시험’으로도 지칭한다. 기업들이 능력 못지않게 중요하게 보는 것이 인성이다. 이른바 선한 인재의 기본인 셈. 삼성·LG 등 유수의 대기업들이 한동대 졸업생들을 곧잘 뽑는 요인이다.
서울대생들의 집단 커닝 논란에 강사는 ‘양심적’인 재시험 공지글을 남겼다. 그는 “여러분을 믿고 싶다. 부정행위 한 학생들도 내게는 소중한 제자”라며 “스스로 과오를 시정할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해당 교양과목을 개설한 서울대 철학과는 ?瑛?입장을 존중해 일단 해결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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