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한국 스타트업 해외진출 지원
채팅캣 등 8개 업체 입주
2년만에 지켜진 약속
2013년 구글 CEO 만난 박 대통령 "한국 창업 생태계 구축 힘써달라"
2015년 '캠퍼스 서울' 설립 성과
[ 박병종 / 전예진 기자 ]
구글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서울에 창업지원공간인 ‘구글캠퍼스 서울’을 연 것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기반이 탄탄해 지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또 창조경제를 추진해온 박근혜 정부의 벤처 지원 열기에 비춰볼 때 창업 생태계가 활성화될 것으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구글은 캠퍼스서울을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매리 그로브 구글 창업가지원팀 총괄은 8일 개소식에서 “3년 전 문을 연 캠퍼스런던의 스타트업들은 1800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캠퍼스서울을 통해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진출 집중 지원
구글은 한국 스타트업이 아이템의 참신성이나 기술력에 비해 저평가받는 이유를 글로벌 시장 진출이 부족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림 템사마니 구글 아태 총괄 사장은 “한국 스타트업의 문제는 국내 시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라며 “구글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런던, 텔아비브, 서울에 이어 마드리드, 상파울루, 바르샤바로 확대될 6개 캠퍼스를 잇는 ‘캠퍼스 교환 프로그램’은 대표적인 해외 진출 지원 프로그램이다.
캠퍼스서울에는 영어 글쓰기 도우미 서비스 ‘채팅캣’, 실시간 카메라 필터 앱 ‘레트리카’ 등 8개 스타트업이 입주했다. 세계적인 스타트업 보육업체 500스타트업스도 ‘500 김치 스타트업 펀드’를 조성해 한국 스타트업 투자와 함께 멘토링에 나선다.
○창업지원 효과 높은 서울
구글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이유는 스타트업 생태계 확장이 결과적으로 구글의 사업 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어서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올라오는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의 대부분은 스타트업에서 만드는데 구글은 앱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구글플레이 개발자 수로 따지면 한국은 세계 5위다.
구글은 서울 창업 생태계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인터넷 속도도 빨라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이 활동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한국인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빨라 해외 기업이 내놓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기도 좋다.
그로브 총괄은 “서울은 스타트업의 밀집도가 높고 관련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지원 프로그램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며 “서울을 해외 스타트업의 아시아 진출 교두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산파역
캠퍼스서울 설립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 박 대통령은 2013년 4월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한국 창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힘써줄 것을 당부했고 당시 페이지 CEO도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박 대통령이 캠퍼스서울 개소식에 참석한 것도 구글의 한국 창업 생태계를 위한 노력에 고마움을 전한 것이다.
이날 개소식에서 박 대통령은 ‘창업에 실패하더라도 학교에서 다시 받아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구글 창업을 결심할 수 있었다’는 페이지 CEO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병종/전예진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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