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부도심, 예술을 입다] 구의취수장·도봉 군사시설의 변신…'한국판 테이트모던' 만든다

입력 2015-05-08 21:06  

커버 스토리 - 서울시, 폐시설 재활용

구의취수장에 거리예술센터
도봉엔 내년 10월 문화공간



[ 고재연 / 마지혜 기자 ] 지난달 23일 서울 광장동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사진). 서커스 음악극이 한창 공연 중인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시원한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총면적 1700㎡에 높이 15m의 박스형 건물에 만들어진 이 센터는 지하 2층부터 지상 1층까지가 모두 계단 없이 뚫려 있다. 높은 천장 덕에 서커스 단원들은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목말에 올라탄 채 신나게 상모를 돌렸다.

서울시가 구의취수장을 리모델링해 지난 3월 말 개관한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의 모습이다. 1976년부터 수돗물 정수장 역할을 한 구의취수장은 2011년 9월 강북취수장 신설로 폐쇄됐다. 시는 폐취수장을 재활용할 방안을 모색하다가 연극·무용·서커스단 등 거리 예술가들이 세트를 설치하고 연습할 공간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취수장은 면적이 넓고 천장이 일반 건물의 다섯 배에 달해 거리 예술가들에게 제격이었다. 시는 이곳을 리모델링해 공연 연습장, 세트를 만들 수 있는 철공실과 목공실, 영상 및 음악 제작실 등으로 侮若?

이 같은 폐시설 재활용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문화 도시재생의 일환이다. 효용이 떨어진 산업·군사시설을 헐어버리는 대신 개·보수해 예술활동 및 전시·교육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다. 서울시의 벤치마킹 대상은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미술관이다. 테이트모던 미술관은 원래 화력발전소였다. 1981년 문을 닫고 20여년간 도시의 흉물로 방치돼 있었지만 영국의 대표적 예술재단 테이트와 시 정부의 노력으로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높이 솟은 굴뚝과 적벽돌 등 발전소 외관은 그대로 유지한 채 내부는 현대적으로 꾸며졌다. 2000년 문을 연 이래 현대미술의 성지로 떠오른 이곳에는 매년 약 400만명의 관람객이 찾아오고 있다.

도봉동에 있는 대전차방호시설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북한 전차가 남하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건설한 이 시설은 1969년 완공됐지만 활용할 일이 없어 구의 토목자재창고 등으로 활용돼 왔다. 시는 이곳을 리모델링해 예술가 작업실과 교육장, 전시공간 등으로 만들기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3년 9월 현장시장실 활동으로 도봉구를 찾았을 때 구의 이런 아이디어를 전폭 수용했다. 시는 1년간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한 뒤 내년 10월 창작공간으로 개관할 계획이다.

신월동 서서울호수공원 내 김포가압장은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예술교육센터로 탈바꿈한다. 시는 2003년 용도 폐쇄된 이후 방치돼 있던 이곳을 예술교육 및 공연장, 체험·놀이공간으로 조성해 오는 8월 개관할 예정이다.

고재연/마지혜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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