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줌마'처럼 한 상 뚝딱!…남자들, 요리에 빠지다

입력 2015-05-09 18:05  

Life & Style
남성요리교실 체험해보니

식품업체 요리교실에 남자 대학생·직장인 '북적'
실습 돌입하자 앞치마 두르는 것부터 '어색'
완성요리 모양은 어설펐지만 맛은 '그럴싸'
CJ제일제당 등 남성 대상 강좌 늘리기로



[ 강진규 기자 ]
동네 앞바다에서 막 잡은 해산물을 손질해 뚝딱 한 상 차려 내오는 ‘차줌마’ 차승원 씨(삼시세끼). 게스트들이 ‘부탁한’ 냉장고에서 쓸모 없어 보이는 재료를 꺼내 요리경연대회를 펼치는 셰프들(냉장고를 부탁해). 투닥거리며 ‘오늘 먹을 만한’ 요리를 소개하는 신동엽·성시경 씨(오늘 뭐 먹지?).

‘요리하는 남자’가 등장하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면서 요리에 관심을 가지는 남성이 늘고 있다.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아 시도해 보지만 실패하기 일쑤다. 맛을 내는 방법도 모르고 칼질도 서툴다.

요리를 해보고는 싶지만 배울 기회가 없던 남성들을 위해 식품업체들이 요리강좌를 선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 백설요리원에서 준비한 ‘독신남을 위한 요리강좌’에 참여해 ‘요리하는 남성’들을 직접 만나봤다.

지난 7일 오후 7시30분. 서울 중구 쌍림동 CJ제일제당센터 1층에 있는 백설요리원에 다양한 차림의 남성이 모이기 시작했다. 정장을 입은 회사원, 캐주얼한 복장의 대학생 등 15명이 요리를 배우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박선미 요리연구가가 이날 메뉴인 ‘연어 돈부리’와 ‘햄 치즈 크루아상 샌드위치’ 조리법을 설명하기 시작하자 메모하는 손길이 바빠졌다. 박 연구가는 ‘칼질할 때는 손을 동그랗게 만들어야 한다’, ‘칼을 도마에 놓을 때는 등이 자신을 향하게 해야 한다’ 등 기본적인 요리 상식을 알려주며 20여분 만에 두 메뉴를 만들어냈다.

교육이 끝나자 바로 실습이 이어졌다. 앞치마를 두르는 것부터가 어색했다. 박 연구가의 시연을 볼 때는 간단해 보였는데 막상 주방에 서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이 기억나지 않았다. 침착하게 레시피를 읽고 본격적으로 요리에 나섰다.

처음 시도한 메뉴는 연어 돈부리다. 연어캔을 뜯어 체에 받쳐 기름기를 빼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박 연구가는 “요리할 때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부터 해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래는 다시마와 가쓰오부시를 넣고 육수를 만드는 것을 먼저 해야 하지만 이번 강좌에서는 육수를 요리원에서 미리 준비했다.

어린잎 채소와 양파, 팽이버섯, 홍고추 등을 손질하고 달걀을 풀어 놓은 후 육수를 끓였다. 가장 오래 익혀야 하는 양파를 먼저 넣어야 한다. 육수가 끓기 시작하면 거품을 걷어낸 뒤 팽이버섯을 넣는다. 풀어놓은 달걀은 달팽이 모양을 그리듯 넣는다. 그래야 뭉치지 않고 골고루 익는다. 달걀이 반숙 정도 일 때 육수를 밥에 부으면 된다. 다진 홍고추와 씻어 놓은 어린잎 채소를 밥 위에 올리면 그럴듯한 연어 돈부리가 완성된다.

다음 메뉴인 햄 치즈 크루아상 샌드위치로 넘어갔다. 샌드위치는 만들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돈부리보다 손이 많이 갔다. 재료 준비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두 번째 메뉴도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부터 시작한다. 토마토를 0.5㎝ 두께로 썰어 소금을 뿌린 뒤 키친타월에 올려 놓는다. 토마토에 있는 물기를 빼기 위해서다. 채소류로 준비한 청상추와 치커리는 흙이 남아 있기 쉬운 줄기 부분을 잘 씻어야 한다. 이 채소들도 씻은 후 물기를 털어야 한다. 물기가 있는 채소로 샌드위치를 만들면 쉽게 눅눅해지기 때문이다.

달걀은 설탕과 소금, 후추를 넣어 풀어준다. 햄은 CJ제일제당의 브런치 슬라이스를 준비했다. 치즈는 에멘탈 치즈가 좋지만 체다치즈 등 일반 치즈를 넣어도 된다. 재료를 준비한 뒤 크루아상은 반으로 잘라 놓는다.

요리 자체는 간단했다.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른 뒤 풀어 놓은 달걀로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고 재료를 차곡차곡 크루아상 사이에 쌓으면 끝난다. 온기가 남아 있는 스크램블 에그를 치즈 위에 얹으면 치즈가 살짝 녹아 더 맛있어진다.

두 가지 메뉴를 만든 후 맛을 봤다. 연어 돈부리는 그릇에 담긴 모양은 어설펐지만 육수가 준비돼 있어?适?맛이 괜찮았다. 크루아상 샌드위치는 재료가 따로 노는 듯했다. 채소의 물기가 덜 빠져 식감이 눅눅해진 것도 실수였다.

CJ제일제당은 매달 30회 정도 요리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홈페이지(www.cj.co.kr/cookingstudio)에서 언제든 신청할 수 있다. 남성만을 대상으로 한 요리강좌는 이번이 처음이다. 5일에는 가족을 대상으로 아빠와 함께하는 요리교실을, 6일에는 맞벌이 남편을 위한 생존 요리를 소개했다. 김민경 CJ제일제당 부장은 “날짜별로 경쟁률이 최고 10 대 1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며 “이런 강좌를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문화센터 찾는 남자들…사진·그 림·육아 강좌 인기
남성 고객 매년 20% 증가

백화점 문화센터에도 최근 남성을 위한 강좌가 늘고 있다. 대부분 사진 등 남성들이 좋아하는 취미생활 강좌다. ‘친구 같은 아빠’를 뜻하는 프렌디(friend+daddy)를 겨냥한 강좌도 많다. 요리하는 남자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최근에는 요리강좌도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남성 고객을 겨냥해 대표적인 남성 취미활동으로 꼽히는 사진 촬영 관련 강좌를 20% 늘렸다. 본점 문화센터에서는 ‘DSLR 100% 활용하기’ ‘사진으로 슬라이드와 동영상 만들기’ 등의 강좌를 통해 사진 및 동영상 촬영, 雌? 영상 만들기 등을 교육한다. 잠실점 문화센터에서도 ‘직장인을 위한 사진교실’ ‘디지털 카메라 정복하기’ 등의 강좌를 운영 중이다. 지난달 8일에는 스타셰프인 류태환 셰프 등을 초청해 남성 대상 요리강좌도 열었다.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여름학기에도 남성을 위해 다양한 강좌를 기획했다. 본점 문화센터에서는 ‘아빠 카메라와 함께하는 출사대회’를 준비했다. 이달 23일 경기 포천 아트밸리에서 아빠와 아이가 한 팀이 돼 사진을 찍고 현장에서 심사한다. 전석진 롯데백화점 문화마케팅팀장은 “문화센터 남성 고객이 매년 15~20%씩 증가하는 추세”라며 “사진, 요리, 육아 등 남성들의 관심사가 다양해지는 만큼 이를 반영한 문화센터 강좌를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문화센터 여름학기에 300여개의 요리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8일 접수 현황을 집계한 결과 요리강좌 접수 인원 중 남성 수강생 비율이 20%를 기록했다. 접수자 수가 전년 동기보다 15%가량 늘어났다.

남성들이 선호하는 강좌는 파스타와 피자 등 이탈리아 요리 강좌로 나타났다. 제빵을 배우는 베이킹 강좌도 인기다. 요리 강좌를 신청한 남성 중 50% 이상이 이 강좌를 선택했다. 주말 하루 동안 요리강좌가 열리는 ‘원 데이 쿡’을 함께 수강하는 남성도 전년보다 20% 늘어났다.

신세계백화점은 올봄 강좌에 ‘아빠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강좌를 대폭 늘렸다. 신세계 강남점에서는 ‘아빠와 트니트니 키즈챔프’를 매주 일요일 열고 있다.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몸의 움직임을 경험하고 사회성을 기르는 강좌다. 로봇만들기, 도자기페인팅 등의 특강도 수시로 진행한다.

10일에는 ‘하루에 1분 투자로 좋은 아빠되기’라는 주제로 영등포점 아카데미에서 특강을 한다. 놀이교육 전문가 권오진 아빠학교 교장이 강의한다. 당일 현장 접수도 가능하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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