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전성기 2007년보다 영업이익 4800억엔 늘어
[ 도쿄=서정환 기자 ] 도요타가 ‘도요타 4.0’ 시대를 선언했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1000만대 이상 생산체계를 가동하면서 엔고 등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적자 없이 공장을 굴릴 수 있는 체계를 확립했다는 것이다.
일본 경제주간지 동양경제는 도요타를 특집으로 다룬 최신호에서 현 체제를 도요타 4.0으로 칭하고, 사상 최대 실적의 배경에는 단순한 엔저뿐 아니라 생산 효율화와 원가 개선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달라진 도요타, 사상 최대 실적 자랑
동양경제는 도요타의 역사를 4단계로 구분했다. 창업기인 ‘도요타 1.0’에 이어 북미 진출기인 2.0, 글로벌 확장기인 3.0 시대를 거쳐 이제 4.0으로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1990년대 후반 ‘도요타 3.0’은 고속 성장의 시기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까지 도요타는 세계에서 매년 두 개 이상의 공장을 신설하고, 생산능력도 연간 50만대 이상 늘려갔다.
덩치는 해가 다르게 커졌지만 체력까지 뒷받침되진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에는 엔고와 수요 위축으로 창사 이래 처음 4610억엔의 영업적자를 냈다. 대규모 리콜 사태와 동일본 대지진까지 발목을 잡았다.
이후 도요타는 생산능력만 확대해 온 도요타 3.0의 반성 속에 엔화가치가 달러당 85엔, 판매대수 750만대에도 영업이익 1조엔을 낼 수 있는 체질 만들기에 들어갔다. 도요타의 생산성 혁신 운동인 ‘가이젠(改善·개선)’을 통해서다.
도요타는 2014회계연도에 매출 27조2340억엔, 영업이익 2조7500억엔을 달성했다고 지난 8일 발표했다.
순이익은 2조1730억엔으로 일본 기업 최초로 한 해 순이익 2조엔을 돌파했다. 2년 연속 사상 최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다. 달러당 120엔 전후까지 내려온 엔화 약세가 큰 역할을 한 건 사실이다. 도요타는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1엔 떨어지면 영업이익이 400억엔가량 늘어나는 구조다.
하지만 2007회계연도와 비교하면 수익구조 개선을 위한 ‘가이젠’ 효과를 금방 알 수 있다. 도요타 영업이익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최대인 2007년 2조2700억엔에서 지난해 2조7500억엔으로 4800억엔 증가했다. 동양경제의 영업이익 증감 요인 분석에 따르면, 환율은 같은 기간 달러당 114엔에서 110엔으로 떨어져 영업이익을 3500억엔 감소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구개발 투자 증가, 노무비 인상 등도 감액 요인이었다.
그러나 원가개선과 생산효율화 노력으로 1조8000억엔의 비용을 줄이면서 전체적으로 영업이익을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공장 신설비용 40% 절감
원가 개선과 생산 효율화는 새로운 부품 공용화 프로젝트인 ‘도요타 뉴 글로벌 아키텍처(TNGA)’와 강판·도장 등 생산라인 개선을 통해 이뤄졌다. 도요타는 글로벌 확장기에 현지 시장 수요에 일일이 대응하기 위해 생산 모델을 늘리면서 개발 비용과 부품 수가 동시에 증가했다.
도요타는 전략을 바꿔 엔진, 트랜스미션 등 주요 부품을 최대한 공통화하는 대신 고객 요구를 반영해야 하는 외관, 내장 등만 차별화하도록 했다. 올해 새로운 통합 플랫폼을 적용한 신형 프리우스를 출시하는 데 이어 2020년에는 3개의 플랫폼만으로 전체 생산 대수의 절반을 만들 계획이다.
생산기술 개발도 이뤄졌다. 혁신을 통해 자동차강판 생산라인의 길이를 90%가량 줄여 투자비용을 30% 절감했다. 도장라인도 변화를 통해 투자비용과 에너지비용을 40%씩 줄였다. 그 결과 공장을 새롭게 짓는 데 필요한 투자액은 과거에 비해 40%가량 감소했다.
도요타가 3년 만에 1500억엔을 들여 중국과 멕시코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것은 도요타 4.0 시대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동양경제는 분석했다.
도요타 계열 부품사의 구조개편도 이뤄지고 있다. 덴소, 아이신정기, 도요타자동직기 등 그룹 내 부품 계열사들은 올 상반기까지 중복 사업을 정리할 예정이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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