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종 '의술의 신' 파이안
방위산업 '전쟁의 신' 오딘
ADT캡스, SPC 이름 사이렌
[ 김태호 기자 ] ▶마켓인사이트5월10일 오후 1시23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 PE는 2012년 한독약품 지분에 투자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면서 파이안 유한회사란 이름을 붙였다. 파이안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의사다. IMM PE가 방위산업체인 두산디에스티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만든 SPC 이름은 오딘 홀딩스였다. 오딘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지혜와 전쟁의 신이다. 제약업종 기업엔 의술의 신, 방위산업 업체에는 전쟁의 신의 이름을 단 것이다.
이처럼 PEF 운용사들의 SPC 작명법에는 ‘신비주의’가 많다. 사모펀드들은 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투자할 때 회계처리를 편하게 하고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SPC를 만든다. PEF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SPC 이름을 정할 때 기업 인수를 진행하면서 내부적으로 써온 프로젝트명을 그대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비밀스럽게 진행되는 프로젝트인 만큼 은밀하거나 신비로운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이 SPC에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회사 淪?상품이나 업종 상징에서 이름을 따오는 경우도 있다. 유니슨캐피탈이 지난 4월 차 전문 프랜차이즈인 공차 코리아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SPC 이름은 골든티 유한회사다. 공차 상품들을 골든티라는 이름으로 통칭한 것이다. 칼라일이 보유한 ADT캡스는 사이렌인베스트먼트코리아라는 SPC가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속하게 출동한다는 뜻에서 사이렌이란 이름을 붙였다는 전언이다.
모건스탠리PE가 사들인 놀부는 놀부와 흥부 관계를 연상케 하는 브라더라는 이름의 SPC가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어피니티가 보유한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스타, 베어링PE가 인수한 로젠택배는 셔틀이란 이름의 SPC를 갖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업 인수 딜은 협상 중 깨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거래가 성사되길 바라는 마음에 프로젝트나 SPC 작명에도 신중을 기한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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